부모의 빚을 갚으려고 홀로 한국으로 건너와 식당일과 중국어 방문교사를 전전하던 50대 조선족 여성이 톱클래스 보험설계사로 우뚝 섰다. 한화생명 영등포지역단 양남지점의 박선녀(51) 매니저는 조선족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한화생명 FP(보험설계사) 2만3000여명 가운데 상위 3%만 들 수 있는 에이스클럽에 한 해도 빠짐없이 포함되고 있다. 친척 한 명 없는 한국에서 신규 계약을 매주 1건 이상 올리고 있으며, 연간 수입보험료는 10억원에 달한다. 고객의 계약만족도를 나타내는 유지율도 92%로 매우 높다.
박 매니저는 지난달 4박5일간 한화생명 중국 현지법인 ‘중한인수’의 5개 지역단을 방문해 현지 설계사 500여명에게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인 그가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셈이다.
중국에서 일본어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1996년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되면서 남편과 두 아이를 남겨두고 혈혈단신 한국으로 왔다. 식당일과 중국어 방문교사로 10여년을 쉴 틈 없이 일했지만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지인을 따라 한화생명에 설계사로 들어오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특유의 열정을 한껏 발휘해 입문 첫해 회사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조선족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출신을 알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먼저 움직이고 더 노력하니까 고객이 믿어주더라”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4∼5명의 고객을 직접 만나고 저녁 10시에 퇴근한 뒤에도 12시까지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밤 12시라도 고객이 찾으면 달려가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사고로 갈비뼈가 4개나 부러져 두 달간 입원해 있을 때도 고객이 부른다고 경기도 안산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그는 “발품과 시간을 남보다 10배 이상 들인 결과 고객들의 편견을 깨고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험에 국한되지 않은 전천후 고객 서비스도 그가 높은 실적을 올리는 비결이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고객들을 서로 연결시켜줘 중고차 매매, 주택 임대 등 보험과 무관한 거래를 여럿 성사시켰다.
박 매니저는 중국 현지법인의 설계사들을 만났을 때도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서비스”라며 “어느 분야, 어느 나라에서든 영업하는 사람은 고객의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서비스 정신”… 조선족 출신 보험설계사, 年 수입보험료 10억 올린 사연
입력 2014-12-04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