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유럽은 양적완화 목매는데… 강달러 美, 금리인상 즐거운 고민

입력 2014-12-04 03:12

미국의 ‘나홀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후 고용상황 등 경기지표가 좋아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뚜렷하다. 양적완화에 매달리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년에도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1원 오른 1112.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일만 해도 1070원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111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교역국 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은 4.1% 상승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거란 기대감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의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 문구를 삭제할 시점이 가까워졌다”며 “고용시장이 계속 호전되고 물가 상승 조짐이 확인된다면 금리가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한다. 연준 2인자의 발언인 데다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조짐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탓이다. 반면 연준 내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 후 기준금리 인상을 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달러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내년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달러화 상승과 원자재 약세가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회복이 강하고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는 상승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주식시장 역시 미국이 선도할 것”이라며 “셰일가스 생산으로 탄화수소 수입이 급감하면서 무역적자가 개선됐고 재정적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10% 수준에서 현재 3%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달러 강세와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움직임으로 한국은행은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지부진한 국내 경기와 증시 탓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1분기에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투자은행(IB)과 경제예측기관 21곳 중 7곳은 내년 초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현재 2%인 기준금리가 1.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 8월과 10월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경기회복의 불씨는 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 경우 외국계 자금의 추가 이탈과 가계부채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