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체 용병’ 케빈, 알고보니 복덩이

입력 2014-12-04 02:47
선수 한명 차이로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프로배구의 명가 현대캐피탈 이야기다. 현대캐피탈은 대체 외국인 선수 케빈(25·프랑스)의 가세로 최근 2연승,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케빈은 2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블로킹 4개를 포함해 트리플크라운(블로킹, 백어택, 서브득점 각각 3개 이상)을 달성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한국무대 두 번째 경기 만에 진면목을 발휘한 셈이다. 주포 아가메즈(콜롬비아)의 무릎부상으로 초반 하위권으로 처졌던 현대캐피탈의 반전을 케빈이 주도하고 있다.

케빈의 가세는 단순히 공격수 한명의 교체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가 팀에 합류한 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 왕국이란 옛 명성을 되찾았다. 사실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블로킹이 가장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아가메즈가 점프가 되지 않으면서 블로킹 1위팀은 LIG손보로 바뀌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세트 당 2.349개의 블로킹 4위에 그쳤었다.

하지만 209㎝의 장신 케빈이 뛴 2경기 6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은 무려 2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급반전을 이뤘다. LIG손보전에서도 12개의 블로킹으로 5개에 그친 상대를 압도했다. 케빈의 블로킹을 상대 공격수들이 피하려다보니 윤봉우, 최민호 등 다른 센터의 블로킹도 덩달아 되살아난 것이다.

케빈의 원 포지션은 센터였다. 케빈은 한국에 오기 전 소속팀이었던 피아첸차(이탈리아)에선 라이트였지만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센터를 맡았다. 현대캐피탈에서는 OK저축은행 시몬(쿠바)처럼 센터 겸 라이트로 뛰고 있다. 라이트 공격수로서 그는 파워면에서 레오(삼성)나 시몬처럼 거포형 공격수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강약을 조절하는 노련함과 다양한 루트로 보내는 서브는 일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LIG손보전에서 그가 달성한 12연속 서브는 종전 기록(9개·레오 등)을 넘어선 프로배구 신기록이었다. 케빈이 서브를 넣는 사이 현대캐피탈은 3-3에서 15-3으로 연속 12점을 기록, 연속 득점 신기록(종전 삼성 10점)도 아울러 세웠다. 복덩이가 굴러온 셈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