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택시 운전사와 언성을 높여 다툰 적이 있습니다. 승차 거부 때문입니다.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신촌CGV에서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밤 12시30분쯤 택시를 잡으려 했습니다. 분명 ‘빈차’라고 켜진 빨간색 표시등을 봤는데 쌩쌩 지나치더군요. 경험 많은 운전사들은 겉모습만 보고 행선지를 아는 걸까요. 택시 20여대가 그냥 지나쳤습니다.
15분을 기다린 끝에 한 대가 섰습니다. 일단 탔습니다. ‘합정동’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예약한 손님인 줄 알고 태웠다. 죄송하지만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행위. “예약한 손님이 어디 있느냐” “승차 거부로 신고해도 되느냐”고 따졌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황당한 일은 저만 겪은 게 아니더군요. 회사의 한 선배도 2일 오전 1시쯤 신촌로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손님을 고르는 운전사들 때문에 1시간30분을 추위에 떨었다고 했습니다. 30여대가 그냥 지나가더랍니다.
‘승차 거부 고발글’은 인터넷에서도 공분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입니다. 3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엔 ‘신촌에서 30분 동안 택시 20대 신고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글쓴이가 “찍은 영상을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라고 하자 “승차 거부가 너무 당연해 손님이 사정해야 한다” “손을 흔들어도 서질 않는다” “신촌, 홍대 앞, 강남역 세 곳이 특히 심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승차 거부를 안 하면 사납금을 맞추지 못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오히려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런 문제로 불법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승차 거부 기준을 요약하면 ‘정차 후 행선지를 듣고 지나가는 경우’ ‘손님이 차에 탄 후 행선지를 말하자 내리라고 하는 경우’ ‘행선지를 말하니 반대 방향에서 타라고 유도하는 경우’ 등입니다. 승차 거부를 신고하려면 국번 없이 120번으로 전화해 차량번호 및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됩니다.
서울시와 택시업계는 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승차 거부를 없애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승차 거부는 줄지 않았습니다. 운전사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요금 인상에 따른 수익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기만 하네요. 연말 송년회 시즌이 되면 승차 거부는 더 심해지겠죠. 전액관리제(택시 운전사가 승객에게 받은 운임 전액을 회사에 납부한 후 합당한 급여를 받는 제도)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요금 올라도 택시 승차거부 여전… “30분간 20대 신고”
입력 2014-12-04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