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상영 중인 ‘퓨리’가 인터넷에 풀린 이유는?

입력 2014-12-04 02:57

[친절한 쿡기자] 기대작이었던 영화 ‘퓨리’(사진) 반응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 ‘인터스텔라’가 너무 막강했나요.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는 지금까지 100만명을 조금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이 방한해 홍보한 작품인데 말이죠. 배급사 소니픽쳐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겠습니다.

관객의 평가는 나쁘지 않습니다. 입소문을 탄다면 반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나요? 영화 전체 분량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풀려버렸습니다. 한창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에 이보다 치명적인 악재가 있을까요.

영상은 지난달 24일 소니픽쳐스 전산망이 해킹 당하면서 유출됐습니다. 피해를 입은 건 ‘퓨리’만이 아닙니다. 미개봉작 ‘애니’ ‘스틸 앨리스’ ‘미스터 터너’까지 줄줄이 유포됐죠.

파일은 토렌트 형태로 퍼졌습니다. 토렌트는 하나의 파일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용량이라도 쉽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죠. 그래서 확산속도는 더 빨랐습니다. 지난 1일 본격적으로 공유사이트에 올라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피해규모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로이터 등 외신들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난데없이 북한이라니 의아하다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소니픽쳐스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 암살을 소재로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나왔죠. 소니픽쳐스 해킹 사건을 북한의 보복성 사이버 테러로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3일 새롭게 전해진 소식도 있습니다. 해킹에 사용된 악성 소프트웨어에서 한글 코드가 발견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겁니다.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FBI까지 나서 북한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국내 네티즌들은 “어쩐지 동영상이 너무 빨리 나와 의아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구나” “사실이라면 북한의 해킹이 무시 못 할 수준”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유출된 영화 제작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힘들게 영화 만든 사람들은 어쩌나” “너무 유치한 대응이 아닌가”라고 말이죠.

지난달 13일 브래드 피트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퓨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팬들을 만나 3시간여 동안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괜스레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한 네티즌은 이런 댓글을 달았더군요. “우리 빵(브래드) 형은 어떡하나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