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병목회연구소 특별강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남포교회 본당. 500여명의 목회자들이 박영선 서울 남포교회 목사의 ‘한국교회 설교자의 길’이라는 강좌를 듣기 위해 모였다. 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소속으로 성공주의 신앙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고난 앞에 현실적·본질적 기독교 신앙을 짚어내는 강해 설교자로 정평이 나 있다.
“여러분이 기독교 신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감사’입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엔 공포감을 조장하는 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만 용서와 은혜를 강조하기 때문에 기독교에는 공포가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구라(거짓말의 속어)’라고 해도 좋기만 합니다. 나는 이런 하나님이 좋습니다.”
강남 노른자 땅에 매주 수천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것은 강단에서 성경이라는 텍스트만 갖고 현실을 과감하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 흔한 예화도 없이 낯설고 불친절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그의 설교는 안일한 신앙심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박 목사는 “목회자는 성도 모임 중 한 명으로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아 그 모임에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를 전파하는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한국교회를 시끄럽게 하는 다른 목회자, 다른 교회의 잘못을 질타하는 태도는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는 차별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같은 목사로서 창피함을 느껴야지 오히려 값싼 분노로 ‘교회가 어려워졌다’고 지껄이면서 자기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서 “그것은 다른 목사, 다른 교회가 자기와 생긴 모습이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에서 30년간 설교학을 가르친 그는 하나님이 시간과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설교가 실존과 직결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설교는 무언가 벽을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밀고 들어오셔서 주먹질하시듯 말씀을 주시고 후려갈기듯 선포되는 것”이라며 “매주 융단폭격하듯 사정없이 무한적으로 쏟아붓는 것이 설교”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삶으로 드리는 제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설교는 하나님의 구체적인 상황에 목회자가 서 있는 것”이라며 “강단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말하라. 단순히 설명·선포하는 수준을 넘어 나침반 너머 나오는 사막과 같은 길이나 혹독한 추위, 시련 앞에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라”고 조언했다.
박 목사는 목회현장에서 성과 중심의 풍토를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여러분이 가는 그 길을 묵묵히 가십시오. 설령 가다가 죽더라도 말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가는 길은 승리할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내가 뭘 잘못해서 목회 결과가 안 나온다’라는 성공시대 후유증에 묶여 있지 마십시오. 목회는 오늘의 고난을 극복하고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목회자의 길은 승리의 길… 묵묵히 가라”
입력 2014-12-0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