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12년 만에 헌법에 정해진 기한 내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원동력은 국회선진화법에 있다. 그해 11월 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 다음날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한 규정이 위력을 발휘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등의 볼썽사나운 관행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 매년 헌법을 위반하던 잘못된 관행도 비로소 바로잡혔다. 여야가 한 발짝씩 양보해 이뤄낸 타협의 산물이다.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수북하다. 민생법안, 경제살리기법안 등은 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북한인권법, 김영란법(공직자 부정청탁 이해충돌 방지법), 공무원연금개혁법안 등은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있어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도 과거와 같은 단독 처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국회선진화법 입법 취지는 예산안의 경우 여당에 확실한 주도권을 부여한 반면 일반 법안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통과가 어렵도록 만든 데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정치권의 대국민 약속이다.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올해 안에 매듭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며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실시를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사안의 경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안 하겠다면 모르되 정치에서 100% 승리란 없다. 밀실에서 하는 흥정이 아니라면 ‘기브 앤드 테이크’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부 원안에서 6000억원을 삭감한 새해 예산안도 여야가 주고받기 과정을 거쳐 도달한 최대공약수인 셈이다. 여야가 예산안을 처리할 때의 자세로 쟁점 법안 처리와 국정조사 문제에 임한다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설] 예산안 처리 때의 자세라면 쟁점 타결도 시간문제
입력 2014-12-04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