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증후군. 43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선천적인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②전화나 문자로 거짓말을 해도 딸꾹질을 한다. ③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고 그 거짓말을 바로잡으면 딸꾹질이 멈춘다. ④일상의 거짓말도 못하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기 쉬우며 취직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⑤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은 무조건 믿는다.
‘피노키오 증후군’에 관한 설명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동화 속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해 바로 티가 나는 증상이다. 실제로 존재하느냐고? 물론 아니다. 6회(11월 27일)째 처음으로 경쟁작 ‘미스터 백’을 제치고 지상파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른 ‘피노키오’. 거기에 나오는 가상의 증후군이다.
피노키오 증후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들통이 나는 인하(박신혜 분)와 거짓 이름으로 살아가는 달포(이종석 분). 드라마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악의적 왜곡 보도 등 언론윤리 문제도 제기되지만 기자로서 진실을 찾아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권력층과 정치권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을 상대로 누가 거짓말을 하겠는가. 정국의 최대 이슈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도 참과 거짓의 문제다. 상반된 주장을 하는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쪽은 분명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수사가 본격화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 같은 발언으로 검찰이 ‘국정개입 의혹’보다는 ‘청와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검찰은 진상 규명 의지가 있을까. 사건 관련자들이 피노키오 증후군만 갖고 있다면 진실은 금방 드러날 텐데. 그런데 만일 국정개입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검찰이 어물쩍 덮는다면? 수사 주체인 검사들도 같은 증후군을 앓아야겠다. 그럼 수사 발표 때 이런 소리가 나오겠지. 딸꾹! 딸꾹!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피노키오 증후군
입력 2014-12-0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