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의 산 증인 공로명(82·사진) 전 외무부 장관이 자신의 외교 경험을 회고록 형식으로 쓴 ‘나의 외교 노트’(기파랑)를 3일 출간했다. 공 전 장관은 1958년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주일대사 등을 거쳐 1996년 외무부 장관을 끝으로 사임할 때까지 38년간 외무부에서 일했다.
책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의 외교 현실에 대한 증언이 생생하다. 1958년 외무부 공무원 숫자는 100명 안팎에 불과했고 경무대(지금의 청와대)가 여권 발급 업무를 직접 맡았다. 저자가 곁에서 오래 지켜본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에 대한 얘기도 많다. 한일회담과 한·일 국교 정상화, 베트남전 참전, 한·미 행정협정 체결, 김대중 납치사건 등 한국 외교사의 결정적 순간들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현재의 대중·대일 관계를 우려했다. “비록 지금은 불편한 관계에 있더라도 일본은 우리의 우방인 만큼 일본을 비난하기 위해 중국과 공동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플러스가 되는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공 전 장관은 또 “한국은 항상 우리보다 크고 강대한 이웃과 평화롭고 안정된 여건 하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되어 왔다”며 “이러한 지정학적 제약은 시공을 초월하여 주권 국가로 생존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영원한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공로명 前장관, 38년 외교경험 담은 ‘노트’ 출간
입력 2014-12-04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