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남 천안 서북구 천안갈릴리교회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교회 본당 곳곳에 적힌 ‘당신은 제자가 있습니까’라는 문구였다. ‘제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건물 이곳저곳에 왜 이 문구를 적어놓았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의문은 이 교회 유승훈 부목사를 만난 뒤에야 풀렸다. ‘제자’는 교회학교 학생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제자가 있는지 묻는 질문은 전도를 통해 자신의 제자를 만들라는 주문이자 당부였던 것이다.
유 부목사가 전한 이 교회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였다. ①입교인은 반드시 교회학교 교사를 거쳐야 한다. ②교사 경력이 없으면 어떤 직분도 맡을 수 없다. ③자신이 가르칠 ‘제자’는 직접 찾아야 한다. 천안갈릴리교회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인 전도에 나섰다. 현재 이 교회 출석교인 약 3000명 가운데 1000여명은 교회학교 학생이다. 유 부목사는 “등록과 동시에 일단 교사로 일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워 다른 교회로 옮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90년대 초반에 비하면 학생이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교회학교가 여전히 1000명 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건 스스로 정한 ‘원칙’들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교회엔 없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많았다. 아동부의 경우 학년에 따라 분반해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교사와 제자의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사들만을 대상으로 매주 주일 아침 7시30분에 먼저 예배가 진행된다는 점도 특이했다.
유 부목사는 “교사들이 주일에 교회학교에 전념하려면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예배를 미리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예배를 마친 교사들은 자가용을 타고 제자를 데리러 다닌다. 교사 중엔 아이들을 많이 태우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를 승합차로 바꾼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전도에 집중한다는 점도 이 교회의 특징이었다. 황규일 장로는 “초등학생 때부터 신앙을 키워야 빨리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안 일대 초등학교가 70곳 정도 될 겁니다. 이들 학교에 가면 언제든 ‘제자’를 찾는 저희 교회 성도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호주머니에서 캐러멜을 꺼내 보이며) 이렇게 아이들에게 선물할 ‘전도용품’도 항상 갖고 다닙니다. 언제 아이들을 만날지 모르니까요(웃음).”
교회학교 살리기에 투신한 교회들…“교회학교는 우리의 사명”
교회학교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교회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부천 오정구에 있는 성만교회다. 이곳 교회학교의 ‘분위기’를 짐작하려면 유튜브에 접속해 ‘성만스타일’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검색하면 된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내용으로 영상에는 교회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상을 보면 아이건 어른이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진짜’ 가족처럼 보인다. 지난달 30일 성만교회에서 만난 이찬용 담임목사는 “아이들과 같이 뒹굴며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 교회엔 매주 토요일이면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 교사도 있고, 주일이면 결석한 아이들을 찾으러 교회 인근 PC방을 돌아다니는 교사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가족처럼 지내다 보면 교회학교도 성장할 수밖에 없어요. 같이 놀고 가끔 다투면서 정을 쌓아가는 거죠.”
성만교회 교회학교는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매년 여름이면 어른과 아이들이 교회에서 1박2일간 합숙하며 같이 음식을 해먹고 각종 게임을 즐기는 ‘파자마 토크’가 열린다. 겨울에는 기타를 가르쳐주거나 함께 책을 읽으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열정에 탄탄한 교육 콘텐츠가 더해지면서 교회학교 학생 수는 2008년 300여명에서 현재 70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2일 성만교회는 교회학교 부흥 ‘노하우’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열었는데, 행사장엔 전국 208개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와 교사 등 1320명이 몰렸다.
성만교회 외에도 교회학교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곳은 많다. 서울 은평구 진관교회는 중고등부 부흥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2010년 40명 수준이던 이 교회 중고등부 학생 수는 현재 100여명에 달한다. 재적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는 ‘학교 앞 심방’, 교회 인근 학교를 방문해 간식을 나눠주는 ‘학교 앞 전도’ 프로그램 등이 주효했다.
“정답은 교사의 사명감과 담임목사 의지”
국민일보는 3일 교회학교 부흥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는 교회학교 부흥에 성공한 교회의 담임목사나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교역자, 주요 교단의 교회학교 정책 담당자, 교회학교 발전 해법을 제시해온 교수와 연구자 등 15명이 참여했다.
복수 답변을 요구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항목은 ‘교사의 사명감’(13명)과 ‘담임목사의 의지’(11명)였다. 김성기 JD교회학교성장연구소 소장은 “요즘 교회의 ‘일꾼’들은 성가대 활동만 선호하고 교사직을 맡는 건 기피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장은 “훈련도 안 받은 신학생에게 교회학교 관리를 일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이면 교회학교 부흥이 불가능하다”며 “모든 교회는 장기간 교회학교 사역에만 전념하는 ‘풀타임’ 교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민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교회학교의 성패는 결국 ‘리더’인 담임목사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임목사는 인적·물적 자원을 교회학교에 집중시키고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교회학교 부흥을 위한 교단들의 연합 운동도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기독교의 사회적 리더십 회복’과 ‘참신한 교육 및 전도 프로그램 개발’(각 2명), ‘성경의 본질을 가르치는 영적 운동 전개’ ‘저출산 문제 해결’(각 1명) 등을 언급한 응답자도 있었다.
한만오 백석대 교수는 “교회학교는 당장의 열매보다 30∼40년 후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성경의 본질을 가르치면서 이아들의 영성을 길러주려는 노력이 근본적 해법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안·부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다나 순)
△강장식(모두가행복한교회 담임목사) △김성기(JD교회학교성장연구소 소장) △김치성(예장통합 교육자원부 총무) △양재권(예장합동 교육국 차장) △오주석(진관교회 전도사) △유승훈(천안갈릴리교회 부목사) △이규민(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이정훈(성만교회 부목사) △장학봉(성안교회 담임목사) △최임선(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부장) △하근수(동탄시온교회 담임목사) △한만오(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 △홍영기(동탄시온교회 부목사) △황규일(천안갈릴리교회 장로) △황미선(만수중앙교회 전도사)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5부] (3) 다음세대 좇는 실험교회들
입력 2014-12-04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