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자 (10) “주님, 낫게 해주세요” 조지프가 기도에 찬양까지

입력 2014-12-05 02:49
1989년 조지프에게 처음으로 글씨를 가르쳐 주신 미스 테이트 선생님과 같은 반 백인친구. 뒷줄 아이 아빠는 학교에 방문했다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조지프는 물에 빠져 하늘나라로 갈 뻔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조지프는 하루 만에 이 세상으로 돌아와 주었다. 아들을 돌려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집에 오는 길에 놀랍고 신비한 체험을 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그 시각, 거리에 핀 꽃송이 하나하나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깨어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 저곳에 바다가 있었네. 바닷물이 어쩜 저렇게 파랗지?”

바닷물이 출렁이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아름답다. 어쩌면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왜 나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일까.”

달라진 건 내 마음만이 아니었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무겁기만 했던 육체도 하룻밤 새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다. 조지프를 간호하느라 밤을 꼬박 샜는데도 피곤하지 않았다.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나 피곤치 아니하며”라는 찬송가 가사가 내 삶에서 실제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었다.

조지프의 사고로 알게 된 나의 죄 됨과 회개,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하나님의 사랑과 조지프의 깨어남…. 하나하나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이 갑작스러운 일들이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무슨 화학반응이라도 일으켰던 것일까. 나는 그날을 계기로 다른 눈, 다른 육체를 가진 사람이 됐다. 무엇 때문인지 상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가슴 벅찬 기쁨과 감사의 고백이 절로 흘러나왔다.

이후 새 삶을 살게 됐다. 마치 지옥에서 천국으로 옮겨와 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살아 돌아온 말썽꾸러기 조지프를 보고 있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아마도 나는 그날의 사고를 통해 조지프를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알게 되니 사랑이 없던 내게 사랑이 샘솟았고, 가는 곳 어디에나 기쁨이 충만했다.

놀라운 것은 내가 변하자 가족 모두에게 도미노 효과가 일어났다. 아니 어쩌면 동시다발적인 하나님의 사랑이 가족 모두를 뒤덮었는지 모른다. 가족들은 이전보다 조지프를 더 사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조지프를 사랑하는 길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나는 그날부터 누가 우리 집을 방문하더라도 조지프를 불러 소개했다. 아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기에 누구에게든 조지프를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장남 조지프입니다. 조지프, 인사 드려.”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조지프는 위축된 엄마 마음 때문에 자기 방에서만 놀아야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내게 있던 위축된 마음이 사라졌다. 이를 조지프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조지프는 이후 몰라보게 밝아졌다. 놀랄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Hi, How are you? My name is Joseph. What is your name(안녕? 내 이름은 조지프야. 너의 이름은 뭐니)?”

이때부터 조지프는 누구에게든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사교적인 아이를 내가 없는 듯 대했을 때, 조지프의 자존심이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저리게 아팠다.

통제가 안 되던 조지프의 행동이 조금씩 차분해진 것도 이때였다.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조지프가 책상에 앉아 글씨를 쓰곤 했다.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조금씩 늘어났다. 비록 발음은 어눌했다. 하지만 “낫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할 수 있게 됐다. 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찬양도 신나게 불렀다. 학교에서도 하루하루 발전하는 조지프를 칭찬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