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야경 무대로 수영 즐겨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입력 2014-12-04 02:49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스카이파크의 수영장 ‘인피니트 풀’에서 관광객들이 도심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리조트는 야경과 레이저 쇼 관람을 위해 밤 10시까지 수영장을 개방한다.
리조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제리아 모짜’.
유람선에서 본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야경.
한국의 겨울은 매년 추워진다. 수은주가 영하에 머물기 일쑤고, 찬바람과 눈발이 목덜미를 휘감는다. 따뜻한 남쪽나라를 꿈꿔도 남미는 멀고 유럽은 비싸다. 일주일 휴가도 눈치 보이는 직장인에게 싱가포르는 어쩌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싱가포르는 덥고 습하기만 할 뿐 볼 게 많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나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가 개장하면서 싱가포르의 이야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때 신혼여행의 필수 경유지로 꼽혔던 이 리조트는 이제 가족 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리석 인테리어 가득한 국내 유명 리조트에서 실상은 별 볼 일 없었던 경험은 잊어도 좋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는 ‘재미있게 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리조트의 사전적 개념을 가장 잘 살린 곳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요리사의 정찬과 함께 올 겨울 가족과 함께 특별한 전시회도 즐길 수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에서 가장 익숙해져야 할 곳은 리조트 옥상인 57층 스카이파크 내 ‘인피니티 풀’이다. 객실에서 수영복을 입고 가운만 걸친 채 슬리퍼를 신고 올라가면 하늘과 맞닿은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리조트 투숙객만 입장할 수 있어 ‘물 반, 사람 반’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선탠 베드는 언제나 여유가 있고, 대형 수건은 ‘컨시어지’에서 무료로 끊임없이 나눠준다. 노란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쓴 종업원은 수시로 베드 사이를 오가며 음료와 간식을 주문받는다. 비용은 모두 ‘룸 차지’에 포함돼 체크아웃 때 한꺼번에 계산 가능하다.

밤이 되면 도심의 마천루들이 빚어내는 야경과 레이저쇼가 투숙객을 반긴다. 팁 하나. 세 개의 타워 건물 중 타워3 옥상에 위치한 ‘쿠데타’ 클럽을 예약한다면 이 광경을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수영장 개장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가족들을 위한 선물은 더 있다. 리조트 맞은편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식물원에는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16층 높이의 공중 정원인 ‘슈퍼트리’ 12개가 관광객을 반긴다. 바다를 바라보는 오션 뷰 객실을 배정받았다면 슈퍼트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밤새 즐길 수 있다. 슈퍼트리 사이로는 공중 산책길인 ‘스카이워크’가 연결돼 있다. 온실 정원인 플라워돔과 포레스트돔의 한쪽은 아기자기하고, 다른 쪽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잃어버린 세계’를 표방하는 포레스트돔은 입구에 위치한 대형 폭포부터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들 온실엔 세계 25만여 가지 식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지하에 가득한 쇼핑센터는 국내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부터 각종 캐주얼 의류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매출이 높은 브랜드는 매장 크기를 키워준다. 생소한 브랜드라면 매장 크기를 확인할 것.

국내 쇼핑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식당이다. 쇼핑에 지친 남편은 ‘아무거나’ 먹자고 우기기 십상이어서 언제나 불평은 맛과 분위기를 찾는 아내의 몫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세계 최고 요리사들의 매장이 들어서 있어 눈도 입도 즐겁다.

제임스비어드 재단이 수여하는 올해의 특별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울프강 퍽(Wolfgang Puck)이 연 ‘컷(CUT)’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는 명불허전이다.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지난 15일 이곳을 찾은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모차(Osteria Mozza)’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음식이 생소하다면 언제든 종업원에게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매장 조명을 촛불로 밝혀 테이블석에 앉더라도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다만 ‘좋아요’를 위한 페이스북용 음식 사진이 필요하다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삼각대를 사용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주말에는 인파가 몰리니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

리조트 내 ‘아트 앤드 사이언스’ 박물관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처럼 ‘외유’를 나왔다. 그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글 모음집인 1119쪽 분량의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중 26개의 페이지, 6개의 유화 작품이 ‘다빈치: 미래의 설계’ 전시회를 통해 동남아에서는 처음으로 이곳에 전시된다. 수학·자연과학·기술·건축·음악의 5개 섹션 안에 그의 스케치를 모델로 제작한 5점의 대형 모델도 제작됐다. 섹션마다 직접 다빈치 작품을 만들어보거나 실험할 수 있는 모델들이 마련돼 있다. 미래의 다빈치는 어쩌면 우리의 자녀일 수도 있다. 입장료는 1인당 25싱가포르달러(약 2만1100원).

싱가포르=글·사진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