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선명령 제때 안해 참변” 분통

입력 2014-12-03 03:39 수정 2014-12-03 11:40
2일 사조산업 (오룡호) 김정수사장(왼쪽)과 임채옥이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러시아 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 오룡호’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부산 남부민동 대림빌딩에는 2일 실종선원 가족들이 모여 이틀째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렸지만 수색에 진전이 없다는 소식에 발만 동동 굴렸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나서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4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는데 선사에서 퇴선 명령을 제때 하지 않고 선원구조 준비도 제대로 못해 참변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가족들은 “선사에서는 퇴선 명령을 선장 몫으로만 돌리는데 위기 상황에서는 본사에서 퇴선 명령을 해줘야 한다”며 “배에 이상이 생겼으면 구조 작업이 가능한 큰 선박을 이동시켜 우선적으로 선원을 구조했어야 했는데 조치가 늦어졌다”고 분개했다.



한 선원 가족은 “건조한 지 40년 가까이 돼 쓰지도 못하는 배를 외국에서 사와 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조업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 전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 지시를 했다고 들었다”며 “추가 조업 지시 때문에 노후 선박이 악천후에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항의했다.

실종선원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김치우(54) 기관장의 사촌형은 “나에게는 형제나 다름없다”며 “본인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없어 쓸쓸해했으면서 똑같이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먼저 가는 것이 어딨느냐”고 울먹였다.

김 기관장은 일찍 아버지를 여읜 탓에 힘든 유년 시기를 보냈다.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김 기관장은 사촌 형제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학업을 마치자마자 냉동고 관리직부터 시작해 30여년 동안 수산 관련 일만 묵묵히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두고 있다.

또 다른 실종선원 누나는 “동생은 아직 결혼을 못했다. 좋은 날도 못 보고 일만 하다 가느냐”며 오열했다.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은 “실종된 선원 가족들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실종선원 수색·구조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실종선원 가족들은 이날 오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실종선원 가족들의 합의 추대로 김계환 오룡호 선장의 외삼촌인 장무씨가 맡았다.

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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