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치부 공개 진흙탕 싸움… ‘권력암투’ 베일 벗나

입력 2014-12-03 03:40 수정 2014-12-03 09:57
정윤회씨가 20002년 5월 당시 국회의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그림을 들고 나오고 있다. YTN 제공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들이 언론을 통해 서로의 치부를 공개하는 흙탕물 공방을 펼치면서 은폐됐던 권력 내부의 암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씨, 靑 문고리 3인방 중 2명과 통화=정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항간에 떠돌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설’ ‘청와대 정기적 방문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시인한 것이 있다. 정씨는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는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안 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다. 정씨가 수시로 이들과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정씨가 안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말한 부분은 지시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정씨가 지난 4월에도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힌 것은 조 전 비서관의 진술과 일치한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정씨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으나 통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4월 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정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정씨 전화를 받지 않은 직후인 4월 15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이 조 전 비서관을 불러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씨, 박 경정·박지만 회장도 만나=정씨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경정을 만났으며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맞불’ 폭로전을 펼쳤다. 정씨는 “박 경정이 ‘자기는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조 (당시) 비서관이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래서 만났고 거기서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 조 비서관이 이렇게 쓰라고 지시해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문건이 조 전 비서관 주도로 작성됐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또 ‘미행설’ 이후 박지만 회장을 만났으나 ‘자신이 무릎 꿇고 얘기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박 회장에게 “내가 미행했다는 경위서를 보여 달라고 하니까 박 회장이 ‘연락을 주겠다’고 답한 뒤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 위증 논란까지…3인방 버틸 수 있을까=정씨는 자신이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후(2004년)로 이때까지 3인방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해 박 회장 미행설과 국정개입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들 3인방과 다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의 말은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결과를 낳았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3인방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이 비서관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정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2003년인가 2004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박 의원이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위증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타깃이 된 3인방이 청와대에서 버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폭로전이 계속되면서 이번 사건이 ‘정씨+3인방’ 대 ‘조 전 비서관+박지만 회장’ 간 싸움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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