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범행 장소가 민정수석실… 檢, 첫 ‘청와대 압수수색’ 할까

입력 2014-12-03 02:25 수정 2014-12-03 10:03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뒤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동희 기자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은 기본적으로 청와대 내부 사무실에서 벌어진 범행이다. 진상을 알 만한 인물들은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사를 의뢰한 청와대 측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다 해도 실체 규명에 미흡하거나 편향된 것들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문건 유출 경로 파악과 유출자 색출에 나선 검찰이 결국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은 지난달 28일 문건 유출 사건 수사의뢰를 하면서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을 사실상 유출자로 지목했다. 청와대 측 손교명 변호사는 2일 “지난 4월 이후 청와대 내부 문건 내용이 3∼4차례 언론에 보도됐는데 대부분 박 경정이 관여했던 문서들이었다”며 “모두 유출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다 수사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경정은 “청와대도 내가 유출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문서 도난’ 주장도 나왔다. 지난 1월 제3의 청와대 내부 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침입해 박 경정 책상 서랍에 있던 다량의 문건을 복사해 유출했다는 것이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6월 민정에 올라간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유출)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도 “박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과 관련해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건 일부가 박 경정을 통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은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각종 의혹과 주장이 얽힌 상황에서 검찰은 조만간 청와대에 문건 생산과 보고 과정 및 출력·복사 기록, 사무실 CCTV 영상 등을 넘겨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문건 유출 경로뿐 아니라 유출 목적이나 의도 등을 파악하려면 ‘수동적’으로 넘겨받은 자료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고소인들 자체가 국정개입 의혹 당사자이기도 한 만큼 자료 발췌에 ‘의도’가 담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정수석실이 5∼6월 문건 유출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여 상부 보고까지 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석연치 않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청와대 ‘안방’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한 전례는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은 2012년 11월 법원에서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청와대 측의 거부로 영내 진입에 실패했다. 대신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식으로 영장이 집행됐는데, 이마저도 청와대 측이 부실한 자료를 내놓으면서 중간에 중단됐다.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방식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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