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의 장차관급이나 청와대 내부 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추천 경로 등을 둘러싼 의문의 꼬리표가 가시지 않았다. 여권 내에서도 이런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일 “개각이 임박할 경우 여당에서도 (장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추천을 하지만 그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이미 내정됐거나 이전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사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소한 인사 이후에는 어떤 경로로 내정됐고, 추천이 이뤄졌는지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한데 박근혜정부에선 그것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 대통령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아온 인사검증 실패 및 무리한 인사 논란에는 시스템 미가동 외에 일부 핵심 실세의 영향력 작용도 큰 몫을 했다는 얘기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인사 잡음에 박 대통령의 일정·메시지 관리와 수행을 담당해온 청와대 부속실이 그 정점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모 경정이 작성한 문제의 문건은 정씨가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이들의 직속상관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거취를 논의했다고 적시했다. 비서관 3인방과 갈등을 빚다 지난 4월 교체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7월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 4·5급 직원들이 원대복귀한 뒤 한직으로 발령났다”며 “김 실장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 나는 김 실장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말을 듣고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인사 검증에 대해서도 “급박하게 (검증)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갈등 경위에 대해 “지난해 경찰을 검증하다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으나 안봉근 비서관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한 달 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대부분의 인사에 일부 실세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 6월 여권 내부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전격 지명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근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전격 경질,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사표 제출 및 반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교체 등도 청와대 내부 갈등 또는 권력 암투와 연관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진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스탠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씨가 이 비서관과 지난 4월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 전 비서관이 자기 전화를 받아달라고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비서관도 바깥에서 언론을 통해 일방적 주장을 펼칠 게 아니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이어 “고소인 출두 문제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고, 고소인들은 검찰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