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획물 처리실에 갑자기 물이 들어차 배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조산업의 설명이 전부다. 그러나 정황을 보면 안전 소홀이 사고 원인의 하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초속 20m의 강풍과 높이 5m의 파도가 몰아치는 등 기상 상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했다는 것이 선원 가족들의 주장이다. 트롤선은 다른 어선에 비해 그물을 끌어올릴 때 많은 하중이 걸리기 때문에 파도가 높거나 강풍이 불면 선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물고기를 선체 아래의 처리실에 넣기 위해 문을 여는 과정에서 높은 파도가 치면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돼 선박 제어장치 등이 파손될 소지가 높다는 점도 간과된 것 아닌지 묻고 싶다.
특히 오룡호가 1978년 건조된 선령 36년의 노후 선박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선사들이 보유한 원양어선 가운데 선령 21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91%나 된다는 사실이다. 31년을 넘은 선박도 39%나 됐다. 건조된 지 오래됐다고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성능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노후화와 안전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 선박의 무리한 운항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고 선령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2일 해운법 법률안을 일부 개정해 노후 선박의 선령을 제한했다. 그러나 여객선만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낮췄을 뿐이다. 선령 제한 대상이 아닌 원양어선 등의 노후화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종류의 선박에 대한 선령 제한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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