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港 감상 꿈 산산조각… 시설·운영 모두 낙제

입력 2014-12-03 02:48
전남 여수 해상케이블카가 2일 오전 10시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진입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데다 탑승장 안팎 편의시설과 부대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 최초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전남 여수해상케이블카가 첫 운행에 들어갔지만 사전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무리한 졸속 운행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일 찾은 여수 오동도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해상케이블카 탑승장 두 곳 모두 편의시설과 부대시설도 아예 갖춰지지 않아 썰렁했다.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처음부터 눈살을 찌뿌렸다. 탑승장까지 이어지는 진입로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공사중인 비포장 언덕길 등을 수십분 동안 걸어서 올라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탑승장에 도착해서도 케이블카 사업자인 여수포마㈜의 운영 미숙으로 일부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시설뿐아니라 운영에서도 준비 부실을 드러냈다. 이날 케이블카는 심한 바람이 불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30분 가량 운행이 지연됐다. 그러나 운행지연 안내도 없는데다 무작정 기다리라는 직원들의 불친절에 관광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돌산공원 탑승장을 찾은 김모(78·서울 송파구) 할아버지 부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어제 저녁 여수에 도착해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탑승장에 왔다”며 “그런데 운행 지연 안내도 없고 일방적으로 표만 끊고 기다리라는 불친절한 직원들 때문에 마음만 상하고 서울로 돌아간다”며 분통해 했다.

정모(43)씨는 “편의시설 대부분이 시설도 구비하지 않고 굳게 닫힌 채 직원들의 안내도 없는 탑승장을 보니 ‘친절 여수 미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오랫동안 기다렸다 탑승한 관광객들은 해상케이블카라는 이름과 달리 경관도 인상적이지 않았다며 허탈함을 토로했다. 케이블카는 전체 1.5㎞구간 가운데 3분의 1 구간인 500여m 남짓만 도심의 연안 위를 지나고, 나머지 1㎞는 돌산·자산공원의 산자락을 지난다. 관광객들 사이에선 “이걸 무슨 해상케이블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실망스런 목소리가 쏟아졌다.

자산공원 해상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만난 윤모(여·38)씨는 “전국 최초 해상케이블카라는 소식을 접하고 울산에서 형제들과 함께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먼 길을 달려왔다”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크리스탈 캐빈(바닥이 투명해 아래가 육안으로 보임)을 타봤는데 스릴도 없고 1인당 2만원이라는 가격도 너무 비싸 실망했다”고 말했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한동안 주자창 확보 문제로 운행허가가 지연되다 지난달 26일 여수시로부터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이날 첫 운행에 들어갔다.

여수=글·사진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