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내년 3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외국인 전용 신학대학원인 '연세 송도 글로벌신학교육원(GIT·Global Institute of Theology)'을 공식 개원한다. 전문 신학교육기관이 부족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국가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제공해 '차세대 크리스천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승한 국민일보 종교국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연세대 언더우드관에서 정갑영(63·사진) 연세대 총장과 대담을 갖고 GIT 설립 배경과 의미,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담=이승한 종교국장>
△이승한 종교국장=연세대가 GIT를 설립한 배경은.
△정갑영 연세대 총장=GIT 설립은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서 만난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 등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제안을 받고 시작됐다. 이분들이 “한국도 국제적인 신학자와 선교사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면서 “교파를 초월해 교육해야 하니 연세대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연세대는 선교사가 설립한 학교이고 그동안 한국교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신학대학원인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50년 전 WCC 신학교육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개발도상국 선교사를 양성하는 GIT 설립이 연세대 설립정신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GIT 설립이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정=한국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성장했다. GIT의 설립 목적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이룬 모든 성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복음의 불모지에 돌려주자는 것이다. 제2, 제3의 언더우드 같은 기독교 지도자를 키워 전 세계에 파송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GIT는 현지 인재를 발굴해 한국에서 교육시킨 뒤 선교사로 파송하는 새로운 선교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도 있다. GIT는 한국교회가 학위과정 학생의 장학금을 100% 지원하고 연세대가 기숙사 숙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학사과정도 신학전공 수업뿐 아니라 후원교회 목회현장과 지역사회 봉사를 동시에 경험하도록 짜여 있다. GIT 학생은 졸업 후 후원교회가 파송하는 현지인 선교사가 된다.
△이=WCC가 설립한 스위스 제네바의 보세이 신학대학원은 에큐메니컬을 주로 가르친다. GIT는 어떤 신학을 가르치나.
△정=GIT는 아시아 최초로 세워지는 국제신학대학원으로 세계교회의 큰 흐름인 에큐메니컬, 복음주의, 오순절 정신을 모두 포용한다. 다양한 신학의 조화와 함께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상생이다. GIT는 전국신학대학협의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타 교단의 신학대학원과 상생하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GIT에서 배우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정=매년 입학정원은 30명, 전체 학생 규모는 100∼120명을 목표로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학부 학점, 영어공인 인증시험 성적 등 구체적인 자격조건이 있다. 선교사로 적합한지도 함께 심사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신입생은 연세대가 가르치는 수준의 교육을 수학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발하려 한다. 현재까지 신학 석·박사 과정에 케냐, 미얀마, 콩고, 캐나다 등 14개국에서 50∼60명이 지원했다.
△이=GIT 설립에 대한 한국 교계의 반응은 어떤가.
△정=여러 곳에서 후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동교회, 신촌장로교회 등 여러 교회의 도움으로 약 80명을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을 마련했다. 연합신학대학원 동문이나 선교에 관심 있는 기업인의 후원 약정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연합감리회 세계선교국과 고등교육국, 웨슬리재단 등 해외 교계 단체 여러 곳에서도 후원을 약속했다.
△이=GIT 졸업생의 선교활동도 학교가 지원하나.
△정=GIT의 역할은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해 훌륭한 선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학교를 떠난 이후에는 파송 교회나 동문 네트워크가 졸업생의 선교활동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에티오피아 병원 사업 등 연세대가 개도국에서 펼치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도 이들의 사역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학교를 세계 명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수진과 학생,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좋은 교수진과 학생을 유치하려면 학교재정이 풍부해야 한다. GIT는 한국교회와 연세대가 힘을 합쳐 세우는 국제신학교다. 연세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GIT를 명문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풀러신학교처럼 GIT가 전 세계 각국에서 신학과 선교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명문학교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사진=허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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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크리스천 리더 양성… 한국교회의 성취 나눠야죠”
입력 2014-12-0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