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지난 11월 28일 성형외과 전공의가 술에 취한 채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수술하는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넘어져 턱 부위가 찢어진 상태로 응급실을 찾았다. 뼈가 보일 만큼 깊은 상처였다고 한다. 전공의 1년차인 해당 의사는 술에 취해 비틀거렸으며, 상처를 치료하면서 제대로 봉합하지도 못했다. 뒤늦게 다른 의사가 와서 수술을 마쳤다.
술 취한 채 수술을 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에 다름 아니다. 또 면역력이 약한 세 살짜리를 술 취한 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응급실 시스템이나 분위기는 살인방조 행위에 가깝다. 길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전공의는 저녁식사 때 술을 마셨고, 응급실 호출을 받은 뒤 선배들이 불편할 것 같아 당직이 아닌데도 대신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양심 있는 의사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료계 내부에서는 마치 조폭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숨막히는 상명하복 관계를 나타내는 사건들이 종종 있어 왔다. 의사가 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선배가 불편해할까봐 대신 집도했다는 말에 이들이 과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 생각하는 의사인가, 아니면 ‘형님 동생’ 문화에 젖어 있는 조폭들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게 가능한 것은 전공의 1년차가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물론 일부 의사들의 사고방식이겠지만, 만약 그러하다면 이번을 계기로 의료계가 윤리의식 제고 및 자질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주 진료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출동한 경찰이 근거가 없어 음주 측정을 하지 못했으며, 음주 진료 및 수술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는 상태다. 당장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개 전공의의 파면이나 몇몇 간부 의료진의 보직 해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병원과 당국은 타락한 관행을 끊기 위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사설] 의사들 상명하복이 취중 수술 사태 빚었나
입력 2014-12-03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