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서예가 소금 박재현(50) 작가의 신약성경 한글 서예 작업을 후원하기 위한 행사 ‘소곰터지기’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31길에 있는 문화공간 ‘쇼앤톡’에서 열렸다. 후원행사 이름을 소곰터지기로 정한 것은 1887년 간행된 첫 한글 번역 신약성서인 ‘예수셩교젼셔’가 소금을 소곰으로 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박씨는 자비량으로 구약성경 39권을 한글 서예 작품으로 완성했다(국민일보 11월 26일자 29면 보도). 종이 값만 3억2000여만원이 들어 전 재산과 다름없는 아파트를 한 채 날렸다. 박씨가 구약성경에 이어 신약성경 쓰기에도 나선다고 하자 지인들이 이번 행사를 마련하고 후원자로 나섰다. 신약성경을 한글 서예 작품으로 완성하는 데는 7년, 1억7000만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현수 강원도 동해영광교회 목사, 성공회 김근상 대주교, 일반 후원자 장미희씨 등 교계 인사 50명은 이날 4000여만원을 후원키로 약정했다.
행사는 지인들의 공연과 격려 메시지, 후원 약정식으로 진행됐다. 5년 전 음반 타이틀 ‘나를 위하여’를 썼던 소프라노 권성순 교수는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생명의 양식’ 등 두 곡을 선사했다. 일본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는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다. 박씨는 히데오와 곧 ‘음악과 한글 서예’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박씨가 섬기는 서울 강남구 하이기쁨교회 조병호 목사는 “박 작가는 성경 말씀을 붓으로 쓰는 멋을 아는 사람”이라며 “그의 바람대로 그가 쓴 말씀이 세계적인 박물관 루브르에 전시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근상 대주교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역사적으로 성서가 이렇게 예술적으로 거듭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김도일 장신대 교수는 “구약을 쓴 한 점, 한 획에 쏟은 땀과 눈물이 그대로 전해진다”고 말했고, 후원회장을 맡은 홍현수 목사는 “작품을 통해 말씀의 진정한 힘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하이기쁨교회 서예반 제자들도 그의 여정을 축하했다. 최연소 제자 박찬희(12)군은 “하나님의 말씀을 붓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장애인 윤형순(48·여)씨는 “한글 서예로 신약 쓰기를 마칠 날을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박씨는 “같은 붓이라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작품을 쓰기도 하고 낙서를 하기도 한다”며 “하나님의 손에 잡혀 신약 한글 서예도 완성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박씨는 이날 마태복음 1장 1절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를 서예로 쓰면서 신약성경 쓰기의 시작을 알렸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말씀서예가 박재현 ‘한글신약 후원회’ 열려
입력 2014-12-03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