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 4월 물러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내용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딱 잘라 부인하지 못하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혹을 서둘러 잠재우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청와대의 대처 방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 내용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일축하기엔 정황 설명이 매우 구체적이다. 직접 보거나 듣지 못했다면 지어내기 힘든 내용들이다. 100%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찌라시’로 규정한 ‘국정농단 문건’에 대해서도 “(맞을 가능성이)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실체가 있고, 이들 핵심 3인방이 경찰 등의 인사에 개입했으며 정윤회씨도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설명이나 당사자의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의혹을 해소하려는 청와대 움직임은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건에 거명된 청와대 인사들은 이를 처음 보도한 신문사 사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놓고도 정작 검찰 출두여부는 “검찰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본인들 주장대로 ‘빵 퍼센트 팩트’라면 검찰에 나가 적극 소명하는 게 마땅한데 말이다.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려면 당사자들은 검찰 수사에 능동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정치권도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공허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건 유출 이후 조 전 비서관을 포함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민정수석실 직원이 대거 교체된 이유가 석연찮다. 이는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 민정수석실 정원의 절반이 넘는 직원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회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출석시켜 그 내막을 살펴봐야 한다.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본다. 곳곳에서 이들의 인사전횡 풍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3인방이 현직에 있으면 대통령에게 부담만 될 뿐이다. 본인들은 억울할 수 있겠으나 지금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더 이상의 의혹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다. 검찰 수사에서 문건 내용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경우 그때 복귀하는 게 훨씬 명예롭고 떳떳하다. 진정 대통령을 위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해온 측근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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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농단 거론된 것만으로도 靑 비서관 자격 없다
입력 2014-12-03 02:31 수정 2014-12-03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