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농단

입력 2014-12-03 02:10

농단(壟斷)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자른(斷)듯이 높이 솟은 언덕(壟)이라는 말로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하편에 나온다. 기원전 4세기 말 맹자는 제(齊)나라의 정치고문으로 수년 동안 있었다. 제나라 선왕(宣王)은 맹자가 왕도정치(인과 덕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권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실망한 맹자는 고문 지위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를 알게 된 선왕은 “나는 맹자께 집을 마련해 드리고, 1만종(萬鐘·1종은 여섯 섬 너 말)의 녹봉을 드려 제자들을 양성하게 하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본받게 하고 싶소”라며 맹자를 붙잡으려 했다.

이에 맹자는 “부를 원했다면 제나라 정치고문 신분으로 10만종의 녹봉을 마다하고 고작 1만종을 받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내가 만약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정치를 하다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곧 그만두지 않고 그의 아들에게 그 자리를 대신 물려주었던 ‘자숙의’란 자와 다를 바 없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남을 밀어 젖히고 부귀를 독차지하려는 것(사농단언·私壟斷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날 시장에선 각자가 가진 것을 남의 것과 교환했는데 한 사람이 ‘농단’에 올라가 시장 곳곳을 살피며 이익을 독차지했다”고 부연했다. 자신이 농단에 올라 이득이나 취하는 장사꾼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자숙의 일가의 국정 농단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맹자는 선왕이 내린 엄청난 녹봉을 뒤로하고 제나라를 홀연히 떠났다.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실세 권력암투’니 하며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문건 파문도 일파만파다.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력 실세들이 주축이 된 비선라인이 인사전횡 등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정 농단에 최고의 사상가라는 맹자도 미련 없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던가. 예나 지금이나 국정 농단은 나라와 백성을 병들게 할 뿐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