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는 살아 있는 아이를 죽은 아이처럼 여기며 살았습니다. 밖에 나가 뛰놀고 싶은 아이를 방 안에 꼭꼭 숨겨둔 채 살았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이 땅에 보내신 이 아이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도 없었습니다. 조지프를 그저 동생들을 괴롭히고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아이로만 여겼습니다. ‘너는 살아서 뭐 할까. 아무데도 쓸모없는 조지프’ 이렇게 미워하며 살아왔습니다. 이토록 무례하고 어리석은 저를 하나님은 품으시고 덮어주셨는데, 저는 조지프를 내 배로 낳은 아들인데도 받아들일 줄 몰랐습니다. 하나님, 저는 죄인입니다.”
죄를 고백했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물에 빠져 병원에 실려갔다는 조지프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마침내 기도 끝에 이렇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하나님, 우리 조지프를 살려만 주세요. 자폐는 안 고쳐주셔도 됩니다. 그거 고쳐지지 않아도 조지프의 그 상태 그대로도 너무나 감사해요. 조지프는 그대로 소중해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병원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날은 마음이 급한지 1시간도 넘게 걸리는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조지프는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임신한 여자처럼 배가 불러 있었다. 의료진 7∼8명이 급히 움직였다. 의식이 없는 조지프의 배에서 찬물을 빼고 또 뺐다. 배 속에서 나온 물 색깔을 보니 불순물들이 많이 섞여 있는 탁한 보랏빛이라는 게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지런히 움직이던 의사들은 더 이상 손쓸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조지프를 입원실로 옮겼다.
“아직 의식이 없어요. 48시간 안에 깨어나지 못하면 죽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의사가 조지프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 의사가 병실에서 나간 뒤 나는 조지프의 손을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내 평생에 이렇게 진심을 담아 기도해본 적이 또 있을까. 조지프를 깨어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고 또 간구했다. 조지프의 손을 이렇게 만질 수만 있어도, 조지프의 얼굴을 따뜻하게 쓰다듬고, 조지프의 해맑은 눈을 보며 장난칠 수만 있어도 기뻐할 수 있겠노라고 고백했다.
살려만 주신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나도 있는 그대로의 조지프를 기뻐하며 사랑하겠노라고 했다. 조지프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그보다 더 큰 은혜는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길 몇 시간. 새벽녘에 잠깐 잠들었다 깨어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지프” 하고 아들의 이름을 살며시 불러봤다. 아무 소리가 없었다. 다시 조지프의 입 안에 빨대를 살짝 밀어넣으며 “조지프. 이거 물 삼켜봐”라고 말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조지프가 물을 한 모금 삼키는 게 아닌가.
‘아, 내 아들 조지프가 살아났구나. 기적이다.’
반응을 해 주는 조지프가 고마웠다. 기쁜 마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조지프에게 다시 물을 주며 그렇게 읊조리던 순간, 조지프는 살아났다는 보다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 물을 시원하게 들이키는 게 아닌가. 조지프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병실 밖 의사와 간호사에게 알렸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몇 시간 만에 기적처럼 깨어난 조지프를 보며 축하인사를 전했다. 조지프는 정말 예전처럼 그 맑은 눈으로 물끄러미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님, 조지프가 깨어났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의식불명이던 조지프가 깨어나자 나는 하나님을 절로 찬양하게 됐다. 조지프가 숨을 쉬고 깨어나고 물을 마시는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총인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정성자 (9) 물에 빠진 자폐증 아들을 다시 살리신 뜻은?
입력 2014-12-0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