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세 종류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계류돼 있다. 유승민 의원 법안(67명 서명), 신계륜 의원 법안(65명), 그리고 박원석 의원 법안(10명)이 그것이다. 총 142명의 의원이 서민경제 활성화와 경제민주화에 직결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 시장은 갈수록 많은 낙오자를 생산하고 정부 또한 모든 사람을 돌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취약계층이 스스로 서게 하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선진국의 공통된 경향이다.
법의 논리체계는 여야 모두 비슷하다. 먼저 한국사회의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 조성,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제공,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선 사회적경제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포괄하는 공통의 법적 토대와 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한다. 정책 조율의 최고 단위로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든다. 실행기관으로서 중앙에 사회적경제원을 두며, 지역단위의 지원을 담당할 통합지원센터를 지정하는 등 그동안 분산되어 왔던 정책의 입안·실행·평가 과정을 수미일관하게 논리화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도 법 제정의 중요 목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우고 이에 입각해 각 부처와 광역지자체는 매년 부처실행계획과 지역계획을 만든다.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거의 모든 수단을 종합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야 간 법안 내용은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여당안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조직과 역할이 단순하게 짜여 있으며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 정도도 약하다. 이에 반해 야당안은 위원회 조직이 크며(직할사무국, 상임위원, 실행위원회, 전문위원회 등) 지원 정도도 상대적으로 강하다(사회적금융기관 지정 및 전체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공공조달 우대 등). 그러나 그 차이는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최대 목적은 국가가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천명하는 것이다. 또한 각기 개별법으로 운영되던 정책을 상위 단위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목표에 동의한다면 각론상의 차이점을 부각시켜 길게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첨언하여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는 여야 법안 모두 기획재정부가 사회적경제 정책의 조율 주체(간사)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재부는 사회적경제 정책이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할 것이다. 중장기 경제정책 방향 설정, 조세 및 예산 수립 등에서 보여주던 매크로의 사고방식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골목상권, 낙후된 농어촌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며 서민경제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각종 지원 제도의 원칙과 관련된 것이다. 과도한 정부의 지원 및 개입은 사람들의 자조능력을 상실시킨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원칙 중 ‘자치와 자립’이 강조되는 것도 사실은 오래된 논쟁의 결과였다. 자치와 자립이 협동조합 성공의 기본 조건인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사회적경제 정책의 최종 목표가 협력과 연대를 통한 개개인과 사회의 자조능력 확대에 있다고 한다면 정부의 과도한 지원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직접 지원보다는 역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교육 및 경영지원 같은 간접 지원을 강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원을 한다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여야 모두 회계장부, 사업결산보고서 등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것 또한 제대로 작동되도록 잘 감시해야 한다.
3일 기획재정위 공청회를 기점으로 국회에선 법안 심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국회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 또한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기 바란다. 서민에게 새 희망을 주는 국회와 정부의 신년 메시지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활용되기를 기원한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경제시평-김종걸]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되길
입력 2014-12-0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