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日 신용등급 강등… 한국보다 낮아져

입력 2014-12-02 04:11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국채 신용등급)을 한 계단 내렸다.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결정타였다. 2012년 8월 이후 일본의 무디스 신용등급은 한국과 같았으나 이번 강등으로 이스라엘, 체코, 오만과 같은 등급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일본의 등급 강등이 달갑지만은 않다. 엔저 가속으로 오히려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패한 아베노믹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참사로=AFP통신 등 외신들은 1일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강등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2011년 8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한국은 2012년 8월 ‘Aa3’ 등급으로 상향 조정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해 왔으나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한국이 일본을 한 발 앞서게 됐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제외한 2곳(무디스, 피치)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 침체로 지난달 2차 소비세율 인상(8→10%) 시기를 내년 10월에서 2017년 4월로 1년6개월 늦춘 게 재정건전성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했다. 재정적자 폭을 줄이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1차 인상 직후 소비 둔화세가 뚜렷해진 데다 국내총생산(GDP)마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가 부진하자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2차 증세를 연기할 방침을 밝혔다. 다만 무디스는 일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추가 등급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피치도 올해 안에 일본 신용등급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P는 무디스 발표 직후 일본의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부정적)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엔저 가속화, 한국 경제에 부담=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이후 일본 기업과의 수출 경쟁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발표 직후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장중 119.15엔까지 치솟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다소 조정을 받으며 118엔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엔저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것도 한국으로선 부담이다. 일본은 재정적자가 1000조엔을 훌쩍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웃돈다. 지금은 국채 발행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소화해 국채 금리가 안정돼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가계와 금융기관의 소화 여력이 떨어져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조성은 백상진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