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법안에 발목 잡힌 예산안 처리

입력 2014-12-02 04:50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이 1일 국회 본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김태형 선임기자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마지막 고비인 예산부수법안을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그러나 예산안 감액 및 증액 심사는 마무리하고 내년도 예산안 전체 규모를 375조5000억원으로 하자는 데는 합의했다. 예산부수법안 처리가 끝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여야는 각각 마련한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당 관계자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당초 정부가 제출한 376조원에서 3조5000억원 삭감하고 3조원을 증액한 375조5000억원으로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5000억원가량 순삭감됐다. 저금리 국채 이자율 조정액 1조5000억원과 방산비리 논란이 불거졌던 방위사업청 예산 2000억원 등이 삭감됐다. 그러나 창조경제 예산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은 여당 의견이 상당히 반영돼 크게 손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액 예산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액분 5233억원을 비롯해 지방채 발행에 대한 이자보전분, 사회간접자본(SOC) 지역예산 등으로 전해졌다.

반면 예산부수법안 처리는 끝까지 진통이 이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이 전날에 이어 파행을 거듭했다. 기재위는 ‘상속세·증여세법’(가업상속 공제 완화) 개정안에 대한 야당 반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공제한도액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낸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부자 감세’로 보고 상임위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안행위와 복지위 또한 담뱃세 인상과 관련한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1일 자정을 기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그 다음 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한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이들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했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예산안 처리 날짜는 영구히 지켜져야 한다”면서 법정시한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하며 국회가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지키겠느냐”며 “여야가 합의해서 수정안을 제출해 어떤 일이 있어도 잘 통과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산부수) 법안이 상임위에서 토론을 통해 마무리돼 법사위로 넘어가 11월 30일 처리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법정시한인 2일 예산안을 처리한 뒤 공무원연금 개혁 등 시급한 국정과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2일 정상적으로 (예산안이)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이 통과된다면 예정대로 공무원연금 문제가 합의 내용대로 여야 대표와 여야 원내대표 간 ‘2+2’로 논의될 것”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사자방’ 국조에 대한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서민을 아프게 하는 담뱃값 인상을 막지 못한 건 국회선진화법과 야당의 한계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며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 서민 중산층을 위한 예산을 그나마도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키로 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