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맡은 소임 다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연임 포기 선언

입력 2014-12-02 03:21

우리은행 이순우(사진) 행장이 회장추천위원회 2차 회의를 하루 앞두고 연임을 포기했다. 민영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힘에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행장은 1일 오후 6시 넘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이켜볼 때 이제 저의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민영화 마지막 단계까지 도움을 주신 고객들과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애쓴 노동조합 그리고 동고동락했던 직원들 덕분에 소수지분 매각 청약률 130%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도 전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민영화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 단계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통합해 매각하려 했으나 지난 28일 예비입찰에 중국 안방보험 1곳만 참여해 4번째 매각도 무산됐다. 이 행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민영화를 가장 큰 목표로 내걸고 임기를 1년6개월(이달 말까지)로 단축하고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금융권에선 이 행장의 연임이 당연시되는 기류였다. 민영화 연속성을 위해 이 행장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회추위 개시를 앞두고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서강대 출신인 이 부행장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청와대의 힘이 작용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서 탄생한 우리은행의 행장 자리는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맡는 게 관례였다.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은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부행장 외에도 KDB대우증권 사장에 선임된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 역시 서강대 출신이며,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서금회 멤버다. 깜짝 인사 때마다 서금회 멤버들이 주목받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피아 대신 모교 출신 인사들을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추위는 2일 2차 회의를 열고 면접 대상자를 선정해 5일에 면접을 볼 예정이다. 예정된 최종후보 선정 기한은 9일이며, 선정된 후보자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