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위한 하이힐 만들 수 있을까”… 뮤지컬 ‘킹키부츠’ 상륙

입력 2014-12-03 03:32
내년 2월 22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안무가 겸 연출가 제리 미첼이 1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M 제공
“남자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힐을 만들 수 있을까?”

2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개된 뮤지컬 ‘킹키부츠’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이다. 미국 연극·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13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고 작품상·음악상·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공연 제작사 CJ E&M이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막을 올리는 조건으로 이 작품에 100만 달러(11억7000만원)를 투자하면서 국내 뮤지컬 팬들이 여느 작품보다도 빨리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됐다.

1일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킹키부츠’의 연출가 겸 안무가 제리 미첼(54)은 “귀에 익은 팝스타일의 음악과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가 담겨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구라도 심장 박동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찰리와 롤라, 두 남자의 이야기다. 구두 공장의 가업을 이어야 하는 찰리와 화려함을 숭배하는 롤라가 힘을 합쳐 남자를 위한 하이힐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감동을 자아낸다. 제목이면서 극 내내 소재로 사용되는 ‘킹키부츠’는 남성들이 신는 화려한 슈즈를 일컫는다. 남들과는 다른 나를 의미한다.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국 노스햄프턴 지역에서 구두 공장의 가업을 잇던 남자의 이야기를 영국 BBC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었고, 이를 본 영화 제작자가 영화로, 영화를 본 뮤지컬 제작자는 다시 뮤지컬로 만들었다. 시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의 힘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첼은 “미국 첫 공연을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카고 지역에서 했다”며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캐릭터 하나 하나에 공감하고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그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첼은 뮤지컬 ‘풀 몬티’ ‘록키 호러쇼’ ‘헤어스프레이’ ‘라카지’ 등 여성성이 극대화되는 안무를 만들며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해 왔다. ‘리걸리 블론드’ ‘캐치미 이프 유 캔’을 통해서는 안무와 연출을 함께 선보였다.

작품의 작곡을 유명 팝스타 신디 로퍼(61)가 맡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두 사람은 ‘킹키부츠’를 통해 각각 토니상 안무상과 작곡상을 수상했는데 로퍼의 경우 뮤지컬 넘버 작곡 첫 도전에 이룬 쾌거였다. 여성이 토니상 작곡상을 받은 것도 최초다.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는 한국 공연에는 김무열(32), 지현우(30) 등이 찰리 역을, 오만석(39) 등이 롤라 역을 맡는다. 이들과 함께 정선아(30), 고창석(44) 등이 무대에 오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