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얘기” 일축=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정씨 관련 문건 유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특히 ‘만만회’(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나 ‘비선’ ‘숨은 실세’ 등의 표현까지 그대로 언급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만만회를 비롯해 근거 없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임기 내내 거론돼 왔던 야당의 실세 논란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던 종전 기조를 확 바꿔 정면대응하겠다는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직접 “근거 없는 얘기”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 “악의적 중상” 표현을 썼다. 자신의 측근 인사로 거론돼 온 정씨가 청와대 내 핵심 비서관 3인방과 정기 회동을 하면서 국정개입 등을 해 왔다는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을 넘어 측근 인사들이 등장하는 ‘국정농단’과 ‘권력암투’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악의적 중상엔 상응 책임” 야당에 강력 경고=박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는 야당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악의적인 중상이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게이트’급으로 비화시키려는 야당의 의도 때문이라는 인식을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사태를 조기 진화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의혹과 소문이 재생산되면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검찰에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주문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공직기강 해이가 불러온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유출자 색출과 처벌을 강력히 지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 문건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가감 없이 내비쳤다. 특히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다”고 언급해 해당 언론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시각이 많다.
◇“내년 구조개혁 적기” 노동개혁 힘 실어주기?=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내년은 현 정부 기간 선거가 없는 마지막 해”라며 “경제 체질을 탈바꿈시키면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은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 개혁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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