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가까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은 낭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씨와 박지만 EG 회장의 권력 암투설은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 의원들은 정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 나오는 ‘내용’보다 이 문건이 작성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은 소설에 가깝지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왜 그런 문건을 만들었는지를 파헤쳐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친박, “문건 내용은 헛소문”=친박 의원들은 청와대 문건에서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인사 10여명을 매달 두 차례 정도 만나 정치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부분을 가장 문제삼았다. 문고리 3인방으로 지칭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3인방이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과 비선(秘線) 핵심 인사인 정씨를 외부에서 만났다는 것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을 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던 3인방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친박 의원은 “3인방이 사이가 좋았을 때도 함께 다니는 경우는 드물었다”면서 “청와대 내부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 중에 3인방이 최근에 같은 자리에서 회동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만·정윤회 암투설’…조응천 전 비서관의 역할 주목=청와대와 친박 의원들의 설명처럼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같은 내용이 어떻게 청와대 공직비서관실 공식 문서에 버젓이 기재될 수 있었는지 그 의문을 풀어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영남권 친박 의원은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은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 EG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1994년 박 회장의 마약류 투약 혐의를 수사한 담당 검사로, 사건 이후 두 사람이 친한 관계로 발전했다는 게 여권 내부에서 정설처럼 퍼져 있다. 친박에 뿌리가 없었던 조 전 비서관이 정권 초기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박 회장 도움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3인방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친박 의원은 “박 회장과 가깝다는 소문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3인방이 조 전 비서관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을 통해 정씨와 3인방에게 반격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과 관계없이 자신과 불편한 3인방을 겨냥해 모종의 액션을 취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윗선에 단순 전달하는 소극적 역할만 수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일보는 조 전 비서관의 자택을 찾고 통화를 시도했으나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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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2 04:47 수정 2014-12-02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