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첫 인사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장기 입원 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조직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3인방 체제 유지=삼성그룹은 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을 모두 유임시켰다. 당초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표이사 교체설이 나왔으나 세 사람 모두 재신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 스마트폰 분야를 책임지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의 수장인 신 사장을 유임한 것이 눈에 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하기 시작한 2분기부터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다. 9월 갤럭시 노트4 언팩 행사에도 나서지 않았다. 때문에 신 사장이 올해 인사에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신 사장은 지난 27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함께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등 대외활동을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준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모바일 업체로 올라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앞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다시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기회는 주지만 동시에 성과를 내라는 강력한 주문을 한 셈이다.
신 사장은 유임됐지만 IM 부문은 최근 실적 부진에 따라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과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 운영실장,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등 3명의 사장이 2선으로 물러난다. 무선사업부 임원을 30% 줄이고 인력 6000여명을 재배치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만간 있을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도 무선사업부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올해 인사에서도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고, 부진한 곳은 문책이 따른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9년 연속 전 세계 TV시장 1위를 지키고, 초고화질(UHD) TV시장에서도 선두주자로 발돋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현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메모리사업부장 전영현 부사장도 메모리반도체의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사장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을 맡고 있던 홍원표 사장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 승진 유보=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변화를 서두르기보다는 현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조직의 안정을 다지는 쪽을 선택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에 대해 이준 팀장은 “회장이 와병 중이어서 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이 자리를 지키는 등 변화가 없었다.
한편 이번 인사로 구조조정본부 출신인 김인주 삼성선물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략담당 사장으로 옮긴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것이다.
한승주 김준엽 기자 sjhan@kmib.co.kr
◆삼성그룹◎승진<사장>△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현석△〃 DS부문 메모리사업〃 전영현△삼성전기 대표이사 이윤태<부사장>△삼성비피화학 대표이사 상영조◎이동·위촉업무 변경△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 사장 홍원표△〃 대외담당 〃 박상진△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조남성△삼성증권 〃 〃 윤용암△에스원 〃 〃 육현표△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김재열△삼성사회공헌위원회 〃 김석
‘교체說’ 전자 대표 3인방 재신임… 성과주의 원칙은 유지
입력 2014-12-02 04:54 수정 2014-12-02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