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영향력을 의심하는 시선들은 야인 생활 내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무게감도 크다. 야당에서는 “정씨의 딸이 청와대 지시로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이를 ‘게이트’로 명명하고 국정농단진상조사단을 꾸릴 정도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2개 부서로 전담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천명했다.
◇강원도 땅, 2011년 딸에게 증여=지난 7월 ‘시사저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때 정씨의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M빌딩이었다. 하지만 1일 현재 등기부등본상 정씨는 이 빌딩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지상 7층, 지하 2층 구조인 이 빌딩은 정씨의 전처 최서원(지난 2월 13일 최순실에서 개명)씨 소유다. 인근 부동산 업자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고, 왕래도 거의 하지 않는다.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는 그가 “강원도 홍천 인근에 은거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부인 최씨와 함께 평창군 도사리 일대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매입한 토지의 지목(地目)은 대지·임야·목장용지로 다양했다. 2004년 6월 3일에는 18만㎡에 이르는 임야와 목장용지 등 8필지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2005년 6월에는 목장용지 5만㎡를 또 사들였다. 필지마다 정씨가 30%, 부인 최씨가 70% 지분을 갖는 식이었다. 2008년 2월에는 최씨가 임야 1197㎡를 추가로 사들였다.
정씨는 야인 생활 중 자신의 강원도 땅 9필지 소유권을 딸에게 넘겼다. 딸은 승마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정씨는 보유 지분 전부를 2011년 5월 딸에게 증여했고, 최씨도 2011년 6월 지분 일부를 증여했다. 현재 이 땅은 최씨와 딸이 절반씩 갖고 있다. 증여 당시 주소는 서울 강남구 M빌딩이다.
최씨는 이 토지들을 담보로 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때 제시한 공동 담보 목록에는 서울 신사동의 한 집합건물도 포함돼 있다. 한때 정씨 부부는 이 건물에서 임대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현재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에는 정씨의 소유권이 없다.
◇이혼·명예훼손…끝없는 의혹=정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이후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계유지는 계속되기 어려워졌다. 정씨는 지난 3월 27일 최씨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했다. 조정이 성립해 이혼이 확정된 날짜는 5월 12일이다.
조정안에는 딸의 양육권을 최씨가 갖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 기간 중의 일을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고, 이혼한 뒤 서로 비난하지 말자는 조건이 조정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양육권과 재산을 모두 포기하면서도 유지해야 할 중대한 비밀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퍼졌다.
정씨는 자신에 대한 악의적 언론 보도 때문에 이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을 기사화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위자료 2억원을 요구하는 등 민·형사상 법적 대응 중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정씨가 현 정권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대한승마협회에 압력을 넣어 딸의 활동을 도왔다는 등의 의혹을 보도했다. 야당 정치권도 이와 같은 의혹을 상당수 제기한 상태다. 정씨 측은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세계일보 기자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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