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1일 개장한 국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에서 원·위안화 환율도 강달러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과도한 상승은 단기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줘 모처럼 산타랠리를 기대한 국내 증시는 물론 수입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113.5원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1120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무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유럽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이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 OPEC의 합의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지난 28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9.5원 급등했다.
국제유가 하락 요인에다 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신호가 등장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126.6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슈퍼달러 초엔저 시대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향’ 세미나에서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이 1차(1978∼1985년)와 2차(1995∼2001년) 달러 강세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구조적 달러 강세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개설된 국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에서 원·위안화 환율은 개장가(180.30원)보다 0.44원 오른 위안당 180.7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위안 환율은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으로 오전 한때 181.6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었다.
직거래 첫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거래된 원·위안화 규모는 53억9500만 위안(97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원·달러화 거래량 92억3000만 달러(10조2776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개장 첫날 효과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거래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거래시장 개설은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위안화 거래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직거래시장이 없어 국내 은행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이를 홍콩 등에서 다시 위안화로 바꿔야 했다. 원·위안화 환율도 달러화 대비 상대 가치를 비교하는 재정환율을 사용해 왔다. 이날 직거래시장 환율은 재정환율과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개장 기념식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직거래시장은 큰 잠재력을 지닌 새내기 벤처기업”이라며 “이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으로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유가하락 불똥 튄 환율… 유럽發 ‘D의 공포’ 맞물려 급등
입력 2014-12-02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