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파산하지… 검증없는 사업, 수백억 혈세 날려

입력 2014-12-02 02:38

지자체들이 철저한 검증 없이 사업을 벌여 엉뚱한 혈세를 낭비하는 관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해마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중앙정부에 손을 벌이면서도 정작 돈을 쓸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하는 고질적인 구조다. 충북도의회처럼 의정비 인상이나 재량사업비 등 잿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예산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지방의회도 문제로 지적된다.

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는 2005년 10월 고색동 산업단지에 50억원을 들여 연면적 970㎡, 1일 폐수처리용량 1380㎥ 규모의 폐수처리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산단 내 폐수배출량이 용량에 턱없이 모자라 지난 10년간 한번도 가동되지 못했고, 매년 2000∼3000만원의 시설유지비만 낭비했다. 더욱이 장비 노후화로 시설 사용이 어려워져 폐수처리장을 철거해야 될 상황이다.

대구시는 2008년 6월 355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 달성2차산업단지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들었다. 하루 폐기물 처리용량을 53t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는 10t 정도에 불과해 6년째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수억원의 유지보수비만 쏟아 붓고 있다. 지금까지 시설유지비로만 24억원이 들었고 내년에는 고장방지를 위해 13억원의 시험 가동비가 더 지출돼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해 기장군 해수담수화 플랜트 조성 공사 현장에서 무리한 시공을 하다 해수가 유입되는 사고를 일으켜 설계 변경에 26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경남도는 2010년 11월 청사 본관 뒤 도민홀을 철거하고 457억원을 들여 유리 외관의 신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건물의 공법이 잘못돼 더위 문제로 최근까지 5억원 이상의 보수공사비가 투입됐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해 완주군과의 통합을 위해 무리하게 통합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20억원을 들여 실시설계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찬반 주민투표에서 통합이 부결돼 예산만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울산 울주군은 지난 1년간 각종 공사를 진행하면서 90건에 이르는 설계변경을 해 추가로 6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전남도 역시 지난 1년간 설계변경으로 증액된 예산이 250억원 이상이었다.

이처럼 용역 남발, 잘못된 설계,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자체들이 사업만 꼼꼼히 따져 진행하면 한해에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원가지 절약할 수 있다”며 “사업 책임자가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도록 하는 처벌·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지자체들의 예산 낭비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