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 개방 마을 행사 이용”

입력 2014-12-02 02:00

“교회는 조건 없이 이웃을 섬기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감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전한 지역공동체 건설에 앞장서야 합니다.”

초교파 목회자 모임인 강남포럼(회장 이기우 목사)이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감람교회에서 ‘마을공동체와 교회공동체’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실천신대 정재영(사진)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지역교회와 지역공동체 운동’을 주제로 발표한 정 교수는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인해 전통적 촌락공동체가 붕괴됐고, 인간소외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교회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교 초기에 한국교회는 공공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이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며 “오늘날 교회도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더 넓은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회 공간의 공적 활용’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예배나 주중에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교회 건물을 지역사회에 개방해야 한다”며 “건축할 때부터 교회 건물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을 지역의 필요에 따라 공부방이나 작은 도서관, 문화교실, 카페 등으로 활용하고, 바자회나 마을음악회와 같은 지역 행사를 열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백화점식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려 하지 말고, 지역에서 꼭 필요한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나머지는 지역의 기존 시설에 교인들을 봉사자로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교회가 공정무역상품 구입과 같은 윤리적 소비 운동과 사회적기업 운영과 같은 공동체자본주의활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 모든 사역을 하는 이유는 전도를 위해 호감을 사려는 게 아니라 이웃사랑이라는 주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며 “한국교회는 그간의 산발적 사회봉사활동을 지속적·체계적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