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매 회가 ‘미션’… 어느덧 2년, ‘개콘’ 안 부러워요

입력 2014-12-02 02:32
케이블 채널 tvN의 '코미디 빅리그' 대표 코너 인 '10년째 연애 중'(왼쪽)과 '썸&쌈'. 오는 7일로 100회를 맞는 코빅은 꾸준한 인기를 끌며 월요일 아침 직장인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tvN 제공
김석현 CP
TV 개그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있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가 최고 26.9%(닐슨 코리아 2005년 1월 20일 전국 기준)를, KBS ‘개그콘서트(개콘)’가 최고 27.9%(닐슨 코리아 2011년 12월 26일)를 찍었던 황금기였다. 지금은 어떨까. ‘개그콘서트’가 지난 30일 기준 15.1%, SBS ‘웃찾사’가 지난 28일 기준 5.1%를 보이며 크게 떨어졌다. MBC 코미디프로그램의 명맥을 잇던 ‘코미디의 길’은 지난 9월 28일 방송(시청률 2.5%)을 끝으로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월요일 아침 직장인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개콘’ 만큼 화제를 몰고 오는 케이블 채널 tvN의 ‘코미디 빅리그(코빅)’가 오는 7일로 100회를 맞는다. 높은 시청률, 화려한 인기는 아닐지라도 2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크다. ‘코빅’은 매주 일요일 오후 7시40분에 전파를 탄다.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김석현(44·사진) CP를 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전 개그 프로그램들을 흉내만 내서는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 발버둥 쳤던 것이 꾸준히 방송할 수 있게 된 비결”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방송 한 회 한 회가 말 그대로 ‘미션’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만의 인프라와 문화가 생겨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KBS ‘개그콘서트’를 만들었던 원년 멤버 중 한 사람으로 2011년 CJ E&M으로 이적한 뒤 현재까지 ‘코빅’을 제작하고 있다. 방영 초반 운동회를 하듯 팀을 나눠 출연자들끼리 경쟁을 붙였다. 현재는 방청객들의 선호에 따라 1∼10위까지 명확하게 순위가 매겨진다. 매주 공개되는 순위표는 출연자들에겐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볼 수 있는 ‘개콘’이나 ‘웃찾사’보다 직장생활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인지 ‘코빅’의 인기는 온라인상에서 확실히 돋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너별 영상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200만 건을 넘어서는 조회수가 찍힐 정도다.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개그맨 조세호(32), 이국주(28) 등을 발돋움시키기도 했다. 시청률로 보면 지난 23일 방송분이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2.7%를 기록하며 상승세에 있다.

“우리 프로가 순수하게 웃음을 주려는 이유도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밑바탕을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도 있어요. 신인들이 예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곳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농사를 잘 지은 느낌이랄까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