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비자발적 실업자가 받는 실업(구직)급여 상한액은 8년째 하루 4만원(월 120만원)으로 동결돼 있다. 고용보험 도입 후 상한액의 19년간 인상률이 14.3%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이 상한액을 5만원으로 올리려다가 예정된 암초를 만났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고정돼 있는 반면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로 매년 변동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실업급여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내년도 실업급여 하한액은 법 개정 없이 최저임금의 90%를 적용받으면 4만176원(5580원×8시간×0.9)으로 현행 상한액 4만원을 초과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한액을 5만원으로 높이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의원에게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없이는 상한액 조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고용보험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 사항인 상한액과 달리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는 상한액 조정 권한이 있는데도 상·하한액이 역전될 상황에 몰린 것을 국회 탓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의 취지가 적절한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하한액을 법에 정해 놓은 것이다. 상한액을 적절히 인상할 직무를 유기한 정부가 이제 와서 국회 탓을 하며 실직자의 생활 수준을 낮추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 달라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실업급여 상한액을 5만원보다 더 높이는 게 옳다고 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실업급여 상한액은 상당히 낮고 하한액도 높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상한액은 평균임금 대비 39%로 상한액을 설정한 OECD 25개 국가 중 23위에 머물렀다.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은 20.8%로 하한액을 설정한 OECD 15개 국가 중 10위에 해당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을 들어 구직급여 하한액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실업급여 계정에서 본래 취지에 맞지도 않는 모성보호 급여를 지출하는 등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더 악화시켜 왔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업급여 상한액을 대폭 인상하는 게 우선과제다. 그 다음에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물가와 연동하고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을 단속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실업급여 상한액 더 올리고 물가와도 연동해야
입력 2014-12-02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