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9시30분쯤 한 포털사이트 수험생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교육감 연락을 기다렸지만 문자 한 통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며 올해 4번째 수능을 치른 A씨. 이 글을 올린 뒤 그는 가족 몰래 서울 송파구 집을 나섰다.
A씨는 지난 18일 이 카페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는 11월 30일 오후 10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서 목숨을 끊겠습니다”라고 ‘자살 예고’ 글을 올렸었다. A씨는 올 수능 영어영역 듣기평가 중 감독관의 휴대전화 진동이 수차례 울려 시험에 지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내 모든 것이 끝난 것 같다”며 “감독관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과 비용, 앞으로의 시간을 보상하고 교사로서 처분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8일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한 차례 더 올렸다. 그는 ‘죽음으로라도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감독관에게 행정처분을 내린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 A씨가 자살을 예고한 날인 30일 오후 사라지자 가족은 물론 경찰과 소방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자살 예고 글이 처음 올라온 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난구조대, 실종수사팀 등 전문인력 100여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예고한 장소인 마포대교는 물론 인근 서강대교 원효대교 일대의 강 주변을 꼼꼼히 뒤졌다. 하지만 A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자살 예고 시간인 10시가 지나면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초조해졌다. 수색 1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쯤 A씨가 집에 돌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경찰은 자살 의사가 없다는 확답을 받은 뒤 전원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에 마포대교 근처에 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A씨는 1일 오전 수험생 카페에 “어젯밤 9시30분쯤 ‘내일 교육감님께 꼭 보고드리고 면담 요청을 하겠다’는 교육청 연락을 받았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정말 뛰어내릴 생각이었다”면서 “고생하는 경찰관과 소방관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감독관 휴대전화 진동 때문에 시험 망쳐”…‘자살 예고’ 수능 4수생 수색 소동
입력 2014-12-02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