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뒤집어라” 초특급 미러리스 ‘삼성, 회심의 카드’

입력 2014-12-03 02:21
삼성전자는 국내 유일의 카메라 제조업체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와 요즘 대세인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카메라 분야에서는 독일, 일본 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카메라의 기반이 되는 광학기술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 왔다. 꾸준히 제품을 내놓으면서 캐논, 니콘, 소니 등 일본 업체와 격차를 서서히 줄여나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심은 갤럭시 카메라 같은 실험작도 내놨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까지의 상황을 뒤집을만한 카드를 내놨다. 바로 NX1이다.

◇전문가용으로 손색없는 완성도=NX1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내놓은 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다. 지난 9월 독일 포토키나에서 NX1이 공개된 이후 국내 사진 커뮤니티는 흥분했다. NX1이 상당한 수준의 하드웨어 사양을 갖춘데다 가장 중요한 사진 품질이 어떤 카메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이 나오자마자 그 기대감은 만족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내놓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작고 가벼운 것을 지향했다. 누구나 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NX1은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NX1의 외형은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 같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함, 기기 곳곳에 있는 다이얼과 버튼은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전문가의 필요에 맞춘 느낌을 준다. 본체는 마그네슘으로 만들어 탄탄한 느낌을 준다. 방수·방진 기능도 있어서 극한 환경에서의 촬영도 문제없어 보였다.

사양은 경쟁사 동급 제품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NX1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후면조사형(BSI) 2800만 화소 APS-C 이미지 센서 ‘S5KVB2’를 장착했다. 같은 크기의 다른 센서보다 어두운 곳에서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는 자체 개발한 드림5(DRIMe Ⅴ)를 탑재했다. 사진 품질은 압도적이다.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의 색감 왜곡 없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카메라의 색감은 사실적이다. 과도하게 화사해 보이는 맛은 부족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정확한 색감을 뽑아내는 건 분명했다.

NX1은 사진기자들이 스포츠 촬영을 할 때 필요한 수준인 초당 15장 연사 기능을 갖췄다. 초점 잡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삼성전자는 자체 측정치로는 0.055초 만에 초점을 잡는다고 밝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초점이 잡힌다. 동체추적 기능도 뛰어나서 피사체가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도 초점을 90% 이상 정확하게 잡아냈다. 연사기능과 맞물려서 활용하면 어떤 순간도 놓치지 않고 담아낼 수 있었다.

NX1은 미러리스 카메라이기 때문에 광학식 뷰파인더가 없다. 대신 전자식 뷰파인더(EVF)가 탑재돼 있다. EVF의 응답속도는 0.0005초다. 실제 움직이는 사물을 눈으로 보는 것과 EVF로 보는 것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나 표정은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잡아냈다.

◇카메라 성공은 삼성의 미래 열쇠=삼성전자는 NX1 출시와 함께 프리미엄 렌즈군 라인업도 새롭게 발표했다. 16-50㎜ 프리미엄 S렌즈와 50-150㎜ 프리미엄 S렌즈다. 전문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NX1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작게는 NX1이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을 1위로 도약시키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경쟁해도 성능은 물론 가격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카메라 사업이 발전하면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도 많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술을 녹일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갤럭시 노트4는 아이폰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에 있다.

또 의료기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카메라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의료기기에서 광학기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메라 사업에서 부진한 올림푸스는 의료기기 사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메라 업체로 알려진 니콘은 안경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광학 기술이 안경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광학기술이 발전하면 삼성전자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