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정윤회 문건’파문]“대통령 입장 밝혀라” “검찰 수사 지켜보자”

입력 2014-12-01 03:08 수정 2014-12-01 10:16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파문을 ‘정윤회 게이트’로 규정했다. 청와대발(發) 대형 사건을 통해 정치적 대반전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여권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호재(好材)인 만큼 예산정국에서 밀린 수세를 여권 총공격으로 대형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한정애 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확인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만약 국정농단을 방치하면 대통령의 책임에 대한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운영위 소집에 응할 것처럼 하던 여당이 갑자기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며 “의혹을 없애려면 반드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소환해 문건 내용과 비선조직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차원의 대규모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도 발족했다. 단장에는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역임했던 박범계 의원을 선임했다. 의원 6명과 외부 전문가 5명도 조사단에 포함됐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박모 경정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은 해당 문건이 (청와대에서) 정식으로 생산된 기록물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며 “드러난 사실부터 철저하게 분석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조사 요구 여부는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의 적극 공세는 이 사안이 ‘야당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싸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주요 정치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노출됐던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 대립도 이번에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내 분열로 밀리기만 하던 여권과의 ‘기 싸움’도 이번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게 당내 여론이다. 만약 공세 과정에서 현 정부의 ‘비선 라인’을 소문이 아니라 실체로 드러낼 수 있다면 정국 주도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 문제에 너무 집착할 경우 당이 추진해온 다른 정책과 이슈들이 모두 사장돼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강력히 요구해 왔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와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공세에 대한 방어 등 야권의 정치적 추진력을 다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진상조사의 결과물이 탐탁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언론보도 내용 이상이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면서 “일단 실체를 파악해 보자는 게 우리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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