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올 2월과 7월 모두 청와대를 떠나 경찰로 복귀했다. 자리가 빈 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9개월이 됐지만 아직 다 충원되지 않았다. 후임자는 일부만 파견됐고 나머지 후임 선정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를 ‘통상적인 인사’라고 했지만 경찰 내부에선 사실상 ‘물갈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청와대 경찰 라인을 전면 교체하는 와중에 정윤회씨 관련 문건 유출 사건이 터져 나왔다. 올 상반기 민정수석실 파견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정 당국 관계자는 30일 이들의 원대복귀 배경에 청와대 인사정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여러 기관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며 인사에 ‘신중’을 기할 때다. 인사가 늦어지자 세간에는 온갖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정보 유출 문제도 제기됐다고 한다.
여기에다 지난 3∼4월 ‘정윤회씨의 박지만 미행’ ‘비위 청와대 행정관 처벌 없이 복귀’ 등이 언론에 보도됐고, 결국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4월,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5월 사표를 냈다. 그러자 이명박정부 때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B경정과 C경정, 박근혜정부 들어 파견됐던 D경정이 7월 경찰로 복귀하면서 민정수석실은 ‘경정 공백’ 상태가 된 것이다.
이 5명은 경찰로 복귀해 대부분 요직에 배치됐다. 청와대 출신자를 우대하는 그간의 관행에 비춰 보면 문제의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만 ‘한직’에 갔다.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감찰팀장이던 그는 지난 3월 7일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과장에 발령됐다.
청와대에서 나온 2월 10일부터 16일 사이 박 경정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실장실에 밀봉된 박스 1∼2개와 경찰복 등을 담은 쇼핑백을 놔뒀다고 한다. 희망 보직인 1분실장으로 이동하리라 짐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1분실장에는 박 경정의 민정수석실 전임자이자 이성한 전 경찰청장 부속실장으로 근무한 여모 경정이 배치됐다. 함께 민정수석실에 있었던 다른 경정 4명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주요 보직에 앉은 터여서 이런 상황을 문건 유출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경정은 지역 경찰서 수사과장과 국무조정실·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근무 등을 거친 수사통이다. 경찰 고위 간부는 “집요하고 공격적으로 수사하는 전형적 수사통 경찰”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찰청은 박 경정이 1분실장실에 청와대 문건을 옮겨놓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 경정도 “청와대 파견 전 경찰청 근무 때 싸놓았던 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명했다. 1분실 직원들은 대부분 그가 놓아둔 짐을 보지도 못했다고 경찰 자체 조사에서 답했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인 만큼 자체 감찰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 수사로 진위가 가려질 수밖에 없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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