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시 수준’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동은 심상치 않다. 문건 작성과 유출, 그리고 권력투쟁설 중심에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정윤회씨), 친동생(박지만 EG 회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문고리 권력’(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 등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함께 김 실장 교체설을 기획하는 등 국정운영에 깊이 개입했느냐 하는 문제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정씨를 비롯한 비선라인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회는 문건이 무슨 내용인지, 인사를 비선라인이 농단했는지 밝힐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이 문건은 허구와 상상에 기인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보다 더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박 대통령 주변의 권력암투설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문건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권력투쟁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기름에 물을 부은 겪이 됐다.
정치권은 대체로 이 문건을 정씨와 비서관 3인방에 대한 박 회장 측의 견제로 해석한다. 박모 경정과 함께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박 회장의 20년 지기이기 때문이다. 또 문건은 비서관 3인방 등을 ‘십상시’(十常侍·후한 말기 국정을 농단했던 환관 10명)란 원색적 용어로 비판하고 있다.
김 실장이 권력투쟁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문건 내용을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선에서 교통정리를 했을 수 있고,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이 세계일보를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을 1일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3·4·5면
엄기영 지호일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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