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신문 양손에 들고 하나님의 정치 구현해야”

입력 2014-12-01 02:34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운데)와 이해동 목사(왼쪽)가 ‘에큐메니컬 신학대학원 연합 공동수업’에서 ‘정치와 교회’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하나님은 정치를 하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정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죠.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서광선 교수)

“크리스천은 자신의 신앙으로 정치를 바르게 만들어갈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믿음의 가치를 정치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신앙화’입니다.”(이해동 목사)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을 이끈 두 거목(巨木)은 망설임이 없었다. 세계YMCA연맹 전 회장인 서광선(83)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평화박물관 이사장 이해동(81) 목사는 대담 내내 정치와 신앙의 분리를 경계했다. 오히려 “모든 크리스천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며 크리스천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두 원로의 대담은 최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경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의 ‘에큐메니컬 신학대학원’ 연합 공동수업 마지막 시간에 이뤄졌다. 대담은 신학생들의 질문에 서 교수와 이 목사가 답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신학생들의 첫 질문은 ‘개인구원이 사회구원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였다. 이 목사는 “이웃이 어떻든 간에 나 혼자 구원을 받아서 천국에 가는 일은 없다. 그런 천국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 어려울 때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줄 수 있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천국에 가겠느냐”며 “개인구원이 있고 사회구원이 따로 있다고 보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답했다.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면 교회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교수는 “하나님은 하나님의 정치를 이 땅에 이룩하길 원하신다”며 “교회의 정치 참여는 필수”라고 답했다. 이 목사도 “모든 사람이 삶에서 떼어 버릴 수 없는 일이 바로 정치”라며 “이를 어떻게 신앙적 가치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교회가 ‘사랑’과 ‘정의’를 말하는 데서 하나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가 사랑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하나님의 정치”라며 “예수님의 산상수훈에서 보듯 배고픈 사람을 배불리 먹이고, 병든 사람을 낫게 하고, 억울한 사람을 해방시키는 그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정치를 교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와 이 목사는 하나님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크리스천들이 갖춰야 할 자세도 조언했다. 이 목사는 “먼저 예수님 앞에서 진실해야 한다”며 “예수님의 뜻이 우리의 모든 삶을 결정하는 첫째 조건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성경 안에서 하나님의 정치를 배우고, 그 안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며 “오른손에는 성경을 들고 왼손에는 신문을 들어 세상의 일들을 성경이 무엇이라 말하는지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