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만 총통 선거의 전초전으로 평가된 지방선거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집권 국민당이 참패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 패배 이후 장이화 행정원장(총리격)이 전격 사퇴한 데 이어 마잉주(馬英九) 총통도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당 내부의 권력투쟁도 표면화할 전망이다.
29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타이베이와 타이중을 비롯해 6개 직할시 중 신베이 1곳을 제외한 5곳에서 패배했다고 대만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기존 국민당은 6개 직할시 가운데 4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예비 총통 선거로 불리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는 야당인 민진당의 지원을 받은 무소속 커원저(55) 후보가 85만표(57%)를 얻어 국민당 롄성원(44) 후보를 24만여표 차로 가볍게 따돌렸다. 외과의사 출신의 커원저는 정치 신인이지만 ‘총통 등용문’으로 알려진 타이베이 시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부상했다.
전체 22개 직할시장과 현(縣)장 및 시장 선거에서 국민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고, 민진당 13석, 무소속은 3석을 차지했다. 특히 국민당의 전통 지역 기반인 타이베이와 타이중이 모두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차기 총통 선거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국립 대만대 창야충 교수는 “어느 당이든 타이베이와 타이중을 얻는 정당은 2016년 1월 열리는 총통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패배한 당은 1년여를 앞둔 상황에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민당의 참패 원인으로는 마 총통의 친중 노선과 잇따른 식품안전 사고, 실패한 경제정책 등이 꼽힌다. 특히 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과 서비스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지난 3월에는 대학생들이 20여일 동안 입법원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만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중국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어렵게 얻은 양안 관계의 성과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희망한다”며 “양안 관계를 수호하고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군사적 긴장까지 야기했던 양안 관계는 2008년 마 총통 집권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비스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포함한 양국 간 정치·경제협력 조치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 총통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 총통은 전날 밤 국민당 선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당 내부개혁과 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 언론들은 “마 총통의 국민당 주석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마 총통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마잉주 총통 흔들… 양안관계 급제동
입력 2014-12-0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