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양식은 맞아. 그런데 좀 이상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됐다는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 동향’ 문건에 대해 정보 수집·분석을 담당하는 각 정보기관원들은 하나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문서 양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만드는 정보 문건 그대로인데, 내용과 일부 형식이 상식을 벗어난다는 뜻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보당국자는 30일 “문서 형태는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다. 공직기강비서관실 박모 경정이 작성했다면 공직기강비서관이나 민정수석까지는 보고했을 수 있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건에 사용된 용어가 이상하다”며 “십상시(十常侍·중국 후한 말 전횡을 일삼은 환관들) 같은 표현을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VIP 측근’이란 표현도 여간해선 쓸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측근’이란 단어 자체가 ‘비공식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 누가 측근인지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란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된 문건이라면 이런 표현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 문건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의 실명을 적시하며 ‘십상시’란 표현을 썼다. 다른 정보기관원은 “청와대 같은 곳에서 공식 보고에 그런 표현을 쓰는 건 목을 내놓은 일”이라며 “설사 ‘찌라시’에 그런 말이 돌아도 정제해 쓰는 법인데…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보고서를 ‘공격적으로’ 썼더라”고 했다. 문서 내용을 사실로 인식하게끔 기술돼 있다는 의미다. 그는 “통상 정보보고서를 만들 때는 그 내용이 확인된 사실인지, 떠도는 풍문인지 기재하게 돼 있다.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에 따라 ‘조치가 필요하다’ 같은 표현이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문건에는 그런 식으로 정보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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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1 03:02 수정 2014-12-01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