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교수의 백혈병 이야기] 바야흐로 표적항암제의 완승 모드

입력 2014-12-01 02:45

지난 14년간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와 과학자들 간에 지루했던 샅바 싸움이 끝날 전망이다. 새로운 표적항암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제로 인한 내성 돌연변이 발생의 위험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만간 표적항암제의 완승으로 인해 ‘완치가 가능한 최초의 혈액암’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최근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백혈병 줄기세포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서서히 초기 발병 과정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것도 표적항암제만으로의 완치를 크게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다.

백혈병 줄기세포란 무엇일까. 우선 백혈병 줄기세포는 정상적인 혈액 세포를 만들어 내는 정상 혈액 줄기세포와 모양이 같고, 구별이 어려워 이제까지 일부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세포였다. 하지만 골수에 존재하는 혈액 세포 중에 ‘BCR-ABL1’ 유전자 이상을 보이며 동시에 모든 혈액 줄기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는 ‘CD34’ 항원 단백질을 가진 세포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줄기세포로 성공적인 분리가 가능해지게 되면서 상상이 아닌 현실 속의 세포가 된 것이다. 백혈병 줄기세포는 1% 미만의 암세포만이 세포 증식에 동원돼 활동하며 대부분의 세포들은 대사를 멈춘 휴면 상태에 있기 때문에 표적항암제들이 작용해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즉, 이제까지 개발된 표적항암제들은 백혈병 줄기세포를 근본적으로 없애지 못한 채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자손 세포들만 제거하는 부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백혈병 줄기세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치료 과정에서 재발은 필연적인 숙제로 남게 되고, 암환자들은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만 한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의 글리벡 표적항암제 중단 연구 결과들을 보면 비록 백혈병 줄기세포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인체에 손상을 줄 정도까지 늘어나지 않고 아주 적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현상들이 관찰됐다. 이에 ‘완치를 위해 반드시 모든 백혈병 줄기세포를 제거해야만 할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즉, 백혈병 줄기세포가 남아있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로 그 수준이 진단 시 백혈병 세포의 약 5만배 이상 감소해 장기간 지속됐다면, 항암제 치료를 중단하고도 백혈병 세포가 늘어나지 않는 ‘기능적 완치’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표적항암제는 평생을 복용해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석이었다. 표적항암제는 백혈병 줄기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못해 백혈병 세포의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혈병 줄기세포에 대한 대사 과정 연구와 표적항암제 중단 임상연구에 의해 이러한 고정 개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지원으로 ‘한국 글리벡 중단 다기관 중개융합연구’를 통해 약 100명의 환자가 성공적인 표적항암제 중단이 가능한 기능적 완치 상태에 도달했고, 5년간 10억원을 투자한 이 임상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글리벡을 수입하지 않아 절약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약 45억원에 이르고 있다. 즉, 백혈병 줄기세포 연구와 결합된 표적항암제 중단 연구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였으며, 건강보험재정을 건실하게 하는 국가 암정복 추진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동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