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서 제네시스·뉴비틀… 양심에 불 꺼진 韓電 간부들

입력 2014-12-01 02:40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전KDN 납품업체인 K사 김모 회장은 2011년 1월 초 한전 상임감사위원 강승철(54)씨 사무실로 찾아갔다. 한전이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은 그 자리에서 강씨가 퇴직한 뒤 사용할 차량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수년간 납품업체의 청탁을 받아준 대가는 4000만원대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였다. 강씨는 같은 달 21일 차량을 건네받아 그해 7월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타고 다녔다. 렌트 비용과 보증금 등 1600만원이 넘는 돈은 김 회장이 부담했다.

한전 전력IT추진처장으로 근무했던 김모(60)씨는 2009년에 3000만원이 넘는 폭스바겐 ‘뉴비틀’을 받았다. 김 회장은 서울 암사동 김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 키를 건넸다. 한전 IT계열 팀장으로 근무했던 고모(54) 씨는 같은 해 서울 삼성동 K사 사무실에서 300만원이 넘는 독일제 자전거를 챙겨왔다. 승용차와 자전거 등 마음에 드는 선물을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골라서 받은 셈이다. 수천만원의 현금은 따로 챙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30일 편의제공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 등)로 강씨와 김씨, 고씨 등 3명을 지난 28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K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IT통신센터 구축용 주자재사업 등 한전과 한전KDN이 발주하는 사업 13건을 223억원에 계약해 특혜 의혹을 받았다. 강씨는 이명박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후변화·에너지대책 상임자문위원을 지내 ‘MB맨’으로 분류돼 온 인물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