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통풍… 요산수치 높아졌다고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

입력 2014-12-01 02:35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와 고령화로 인해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여 방송에서도 통풍에 관한 내용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진료실에서는 통풍에 관한 오해와 불편한 진실들로 인해 작은 실랑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자주 경험하는 두 가지 사례로 그 오해와 불편한 진실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로 중년의 멋진 신사분 이야기를 전해 보고자 한다. 그는 평소 엄지발가락이 자주 빨갛게 변하면서 통증이 동반되는데, 건강검진에서 혈중 요산 수치도 높게 나왔다며 자신의 증상을 설명했다. 그런데 얼마 전 통풍에 관한 방송을 보니 자신의 증상과 똑같아서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진단 결과 통풍이 아닌 ‘무지외반증’이었는데, 그가 주변에서도 통풍이라고 했다며 우기는 바람에 정확한 치료를 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흔하게 벌어지는 오해의 광경이다.

최근 음주와 식생활의 변화 그리고 고령화로 인해 고요산혈증을 보이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을 통풍으로 오인해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고요산혈증은 통풍을 유발할 수 있지만 고요산혈증이면서 특정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통풍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통풍으로 오해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가성통풍, 세균관절염, 연조직염, 재발류머티즘, 골관절염, 반응관절염, 류머티스관절염 등이 있는데 질병의 양상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권한다.

두 번째 사례 환자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질환이 악화된 경우이다. 진료 예약도 없이 다른 예약 환자들에게 양해까지 구하며 진료실로 들어온 환자는 전날 밤부터 발이 너무 아파 잠을 자지도 못해서 날이 밝자마자 구급차를 불러서 왔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전형적인 통풍증상을 보이고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차트를 보니 이미 수년 전 통풍 진단을 받고 투약 중이었으나 최근 1년간 외래를 방문한 기록이 없었다. 이유를 물으니 주변에서 통풍 약을 계속 먹으면 간이 나빠지고 신장도 나빠진다고 해서 중단했다고 답했다. 진료실에서 자주 목격되는 불편한 진실의 광경이다.

환자는 그날 병원 방문 이후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고 4년이 지난 현재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요즘에도 가끔 주변 사람들의 권유라 하면서 약을 줄여 줄 수 있는지 문의하곤 하는데, 혈중 요산수치가 목표치에서 유지되고 있으므로 현재 용량을 줄일 수 없다고 설명하면 약간 실망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만성통풍환자들을 치료할 때 요산강하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대부분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환자들은 이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고 의료 전문가를 자처하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약물복용을 중단해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보면 전문의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통풍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내당능장애와 같은 대사증후군과 연관되어 있어서 더욱 더 꾸준한 치료를 요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만성통풍환자에게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에 대한 교육을 하는데 체중조절, 절주와 금연을 하도록 하고 혈압 약처럼 통풍 약도 꾸준히 복용할 것을 마치 시어머니 잔소리처럼 한다.

통풍은 누구라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통풍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질환에 대한 오해를 갖지 않기 위해 그리고 만성 통풍의 경우에는 불편한 진실을 감수하기 위해 전문의와 상담하기를 부모의 마음처럼 권하고 싶다.

중앙보훈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