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알아두세요] 유방암의 숨은 복병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입력 2014-12-01 02:33

유방암은 5년 생존률 90%를 상회하는 치료가 상대적으로 ‘쉬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기와 암의 특성에 따라 같은 유방암이라도 치료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5년 생존률이 90%를 웃도는 유방암은 대부분 조기에 발견한 경우다.

폐나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인 4기 유방암의 경우,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5년 내에 사망한다. 또 조기에 발견돼 치료했다고 하더라도 재발 및 전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4명은 재발 해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어 다시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려 10년 뒤에도 재발 하는 경우가 많다.

재발 및 전이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자 스트레스 요인이다. 실제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9명의 유방암 재발 환자 및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평가한 결과, 재발로 인해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이 신체적, 기능적, 정서적 장애를 경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이성 유방암(3기∼4기)은 초기 유방암과 치료 접근방법이 다르다.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상태에서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가 주요한 치료 목표다. 따라서 암 치료에 대한 반응과 환자 특성을 고려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여부와 HER2 수용체 양성 여부를 구분하여 치료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과 HER2 수용체 양성 중 예후가 좋지 않은 유방암은 HER2 양성 유방암이다. HER2 수용체는 정상세포 및 암세포의 표면에 모두 존재하며, 세포의 성장 및 분열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HER2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경우를 HER2 양성 유방암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재발 위험이 높고 생존기간이 짧다. 유방암 환자의 대략 25% 가량에서 HER2 수용체가 과발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HER2 수용체만 표적해 작용하는 일명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다. 표적치료제는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도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HER2 양성인 경우 표적 치료를 통해 우수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유방암 진단 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HER2 양성 여부를 확인해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오늘 날 유방암 환자들의 95%가 HER2 수용체 양성 여부를 검사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및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유방암이면서 HER2 양성인 경우 표적 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치료 효과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데, 경우에 따라서는 표적치료제 2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 하다.

HER2 표적치료제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HER2는 다른 HER 수용체들과 결합해 짝을 이루는 ‘이합체화’라는 과정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 촉진 신호를 보내게 된다. 최근 이런 이합체화 과정에서 HER2 수용체를 표적해 짝을 이룰 수 없도록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했다.

또 유방암에서도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구성성분이 결합한 기전의 항체-약물접합체가 개발됐다. 항체-약물접합체는 암 세포를 표적하는 항체를 사용해 세포독성 약물을 종양세포에 직접 전달 할 수 있어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구성요소의 장점이 조합된 치료제다. 이런 치료제들의 발전이 재발 및 전이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윤형 기자